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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 자식 교육법

    2019.08.23 by solutus

  • 전쟁 같은 것은 없었다

    2019.07.30 by solutus

  •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2018.04.13 by solutus

  • 건반

    2018.03.25 by solutus

  • 나는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든다

    2018.03.25 by solutus

  • 세 살

    2018.03.23 by solutus

  • 조금은 떨어져

    2018.03.09 by solutus

  • 시인

    2018.02.05 by solutus

  • 어떤 말들

    2017.01.11 by solutus

  • 셰익스피어를 읽는 밤

    2016.10.12 by solutus

  • 낡은 즐겨찾기

    2016.07.30 by solutus

  • 묘사

    2016.05.19 by solutus

자식 교육법

아이는 원시인과 비슷하다 원시인은 부수고 던지고 몸에 바르며 논다 오줌도 아무 데나 싼다 부모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아이가 알아들을 리 없다 못하게 하니 아이는 짜증을 내고 급기야 소리를 지른다 소리, 소리를 지르는 건 본능적인 행위다 키우는 개에게 짖지 말라고 말해 보라 그래도 개는 울고 때론 소리를 높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소리를 지르자 그는 아이가 반항한다고 여긴다 고의적이라는 혐의도 씌운다 다른 건 몰라도 우는 것과 소리 지르는 건 못 참겠다고도 한다 그래서 교정이란 명목으로 같이 짜증을 내고 소리를 지르며 정신적 위압을 가하다가 분노에 휩싸인 채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다 진정되면 아이들은 악하다고 결론 내린다 그가 특이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이 우리가 타인을 판단하는 방식이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9. 8. 23. 22:53

전쟁 같은 것은 없었다

쉽지는 않았다. 넌 밤낮없이 울기도 했고 길바닥에 눕기도 했다. 걷기 싫다며 몇 시간을 매달려 있기도 했고 잠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제 엄마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하고 혼자서 옷을 입기도 하고 가끔씩 대소변을 가리기도 한다. 버스를 가리키며 노란 차라 외치기도 하고 동요를 어설프게 따라 부르기도 하며 팔다리를 주물러주기도 한다. 아직 문자를 읽지 못하지만 언젠가 글자판을 가리키며 그대로 따라 읽으리라. 때로 그런 네 모습이 신비하게 느껴지곤 한다. 올망졸망 무언가를 먹는 모습이, 옷에 팔을 집어넣는 모습이,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모습이. 언제 이렇게 커버린 걸까? 당신은 두 아이와 함께 식사를 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다른 인생을 살아왔던 두 남녀가 이해타산이 얽힌 고된 세계에서 모든 것이 새롭고 아..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9. 7. 30. 22:50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

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때그는 나의 모든 것을 순수로 받아들였다그는 우리가 죄인으로 태어난다는 위대한 가르침을 거부한 셈이다덕분에 나는 미결수로 태어났으나해방되어 지상의 자유를 누렸다나는 오늘도 건반을 발로 밟아 대리라그가 나의 성장을 염원할 때 시간은 그를 조롱하니대가는 바로 당신들의 것벤치에 앉아 땅에 고개를 처박은 당신에게뜻 모를 미소를 지은 채 나는 뛰어가니맞이하라, 나를이곳, 결코 늙지 않을 배덕자들의 유원지에서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8. 4. 13. 13:24

건반

도를 누르고레를 누른다이건 음계로 주고받는 대화자, 이리 오라, 이제 네가 누를 차례이다우리 함께 대화를 나누자 미를 누르고파을 누른다아름다운 음계이야기는 우리를 해방시키지그것은 동서고금의 진리 파를 누르고솔을 누른다헛바퀴를 도는군!불협화음은 하모니로 가는 팽팽한 긴장소음이 없으면 영웅도 없는 법 도를 누르고도를 누른다도를 누르고도를 누른다도도, 도도, 도도, 도도, 도도, 언제까지 같은 소리만? 시를 누르고파를 누른다시를 누르고파를 누른다시파, 시파, 시파, 시파, 시파, 이런 시파! 저기, 아기가 뛰어온다, 혹시 나팔을 불며 내려온다는 아기 천사가?아기가 건반을 발로 마구 밟아 댄다깨지는 듯한 소리우리는 귀를 틀어막으며 건반에서 도망친다, 멀리 더 멀리!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해방!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8. 3. 25. 23:43

나는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든다

투명한 길 위를 걸어 간다그 길은 유리처럼 연약하다가끔은 깨어져 내 발을 파고드는 길머리카락 끝이 떨려 온다"아가야 그곳은 위험하단다 피가 나지 않니?" 그 길은 유리처럼 연약하다그런데 파편 조각은 어찌나 단단하던지!나는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든다조각은 투명하지 않다"아가야 어서 그걸 손에서 내려 놓으렴!" 가끔은 깨어져 내 발을 파고드는 길투명한 길 위에 남겨진 선명한 핏자국보세요 피가 나요!나는 손가락으로 상처를 누른다"아가야 부디 안전한 이곳으로 오려무나!" 머리카락 끝이 떨려 온다아픔으로 고통으로당신은 계속 나를 부른다 안전한 그곳으로그럼 누구였지? 나를 이곳으로 보낸 이는?"아가야 그건 내 탓이 아니란다!" 나는 당신에게로 간다 나를 부르는 투명한 당신에게로당신은 나를 감싸쥐고 나는 외친다보세..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8. 3. 25. 19:30

세 살

자, 가져가시오 이제 방법이 없으니굴레를 거부하고 자유를 갈망하는 이여그대 앞에선 규칙도 습관도 무용지물이오니열매를 쥐어짜 옷을 물들이고동물의 털을 뽑아 혀로 맛보소서 여기 흙덩이도 가져가시오벼락 같은 호통과 함께격정의 춤을 춰 대는 당신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으니그 어떤 더러움과 열병도그대의 자유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오눈물로 범벅이 된 갈망의 조련사여 밀가루로 분을 바르고고춧가루로 손톱을 물들이며후추통을 흔들어 그대의 영지 위에 검은 눈을 뿌리소서그대에게 사물의 목적이란어리석은 제약에 지나지 않으니 오늘도 무릎을 꿇고만 당신의 종복웃어주소서! 나에겐 당신의 미소만이 보답이오니자유의 환희로 가득 찬사랑스러운 이여결코 멈추지 않을 시곗바늘이그대의 성을 옭아매기 전까지 계속, 언제까지나!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8. 3. 23. 03:12

조금은 떨어져

발목이 아프다. 무리를 해서 더 그런 거 같다. 하지만 걷지 않을 수 없다. 발목이 아픈 건 함께 걷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므로. 하루 종일 절뚝거렸다. 비가 내려 물웅덩이가 생긴 흙바닥과 닭 스튜의 향이 맴도는 실내를. 이이언의 음악이 귓가를 떠도는 미술관과 하얀 구름이 머리 위로 떠다니는 정원을. 아이를 안은 채 뛰고 유모차를 밀며 뛰었다. 아이가 웃었다. 그래서 더 뛰었다. 때론 의자에 앉아 쉬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절뚝거려야 했다. 나의 고통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므로. 연인 사이에 고통의 일치 같은 건 일어나지 않는다. 설사 사랑의 묘약을 마셨다고 해도. 그는 내 아픔을 보며 스스로 불행해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나도 그걸 원치 않는다. 롤랑 바르트의 말대로 이것은 애정이 넘쳐 흐르..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8. 3. 9. 03:09

시인

나는 오늘도 머리를 감싸쥐네 예술은 고통스러운 것시라면 더 그렇지 그는 시인이라지요 그들이 보이는 선망의 눈빛어릴수록 더 진하다네 자기 전엔 부동산을 확인해야지깔고 앉은 것이 또 올랐다는 소식 나는 마흔다섯 살시 쓰기 참 좋은 시절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8. 2. 5. 00:52

어떤 말들

어떤 말들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구름이 너무 멋져, 어제처럼 날씨가 우중충하지 않아... 대화의 시작을 알리는 이런 말들은 때론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나 뻔한 것의 재확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의 신경을 건들기도 했다. 나도 알아, 어제도 한 얘기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비슷한 말들이 주변을 빙빙 돌았다. 보세요, 예수 그리스도 옆에 있는 게 선지자 엘리야랍니다. 보세요, 발다키노 기둥을 휘감고 있는 게 올리브 잎입니다. 교황 우르바노 8세의 상징이지요. 보세요 저것은 판테온의 청동을 떼다가 만든 것으로... 제가 그런 걸 알아야 하나요. 그런 걸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지요, 당신이 조각과 회화를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건 그런 걸 모르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7. 1. 11. 00:33

셰익스피어를 읽는 밤

당신은 말했었다막이 내리면 잊힐 배우가 우리와 같다고 허나 저 무리 속에 정갈하고 다정하고 살가운 것 있어 그대가 창조한 인물조차 난 잊을 수가 없었다 곳곳에 남겨둔 그대의 흔적으로더벅머리 아이마저 제왕의 운을 흉내내니더러는 제대로 읽어보긴 했느냐 묻는 자도 있었다모든 것을 알고 나면 이미 늦는 법이라전부 알아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에 알아간다며 짐짓점잔을 피우기도 했다 점점이 빛나는 별들그들은 그저 아름다웠건만때론 이름과 자리를 몰라 미안한 마음이 슬몃 들기도 했으니당신이 만든 몇 개의 문장과 몇 개의 제목 그리고 약간의 생애그것만으로는구름 낀 밤이 아닌가 싶었다그러나 저 높은 곳바람이 장막을 들추면그들은 퇴장하지 않은 채 그 자리였다 저 무리 속우악하고 비통하고 서러운 것 있어저무는 오늘 몇 ..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6. 10. 12. 04:57

낡은 즐겨찾기

난 당신을 기억하지 않아. 내가 들을 수 있던 건 당신의 머릿속 지식이었지, 당신이라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당신은 내게 법률 지식과 좋은 여행지에 대해 가르쳐 주었어. 아마 당신은 그 이야기를 해주며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기억해주길 바랐을 거야. 하지만 난 당신을 몰라. 내 머릿속엔 법률 해석과 피서지 정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당신을 몰랐고, 내가 여전히 당신을 모른다는 사실에 당신은 갸웃거렸지. 내가 그렇게 많이 도와줬는데도 넌 어째서? 내가 뭔가를 말하면 당신은 결과물을 보여줬어. 인터넷의 웹사이트처럼. 내가 원하는 정보가 없다면 난 곧바로 X표를 눌렀고, 내가 원하는 정보가 있다면 난 잠시 뒤에 X표를 눌렀지. 그런데 당신은 그 잠깐의 응시를 특별한 것이라 여겼던 거야. 모두가..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6. 7. 30. 04:31

묘사

어둠이 거리를감싸거나뒤덮거나찾아왔다 시선이 그대를사로잡거나압도하거나잡아끌었다 당신은 향기에취하거나빠지거나가득찼다 이 화려한 표현들 우린 그저냄새나는 어두운 거리를멍하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건만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2016. 5. 1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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