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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든다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18. 3. 2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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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길 위를 걸어 간다

그 길은 유리처럼 연약하다

가끔은 깨어져 내 발을 파고드는 길

머리카락 끝이 떨려 온다

"아가야 그곳은 위험하단다 피가 나지 않니?"


그 길은 유리처럼 연약하다

그런데 파편 조각은 어찌나 단단하던지!

나는 조각을 손가락으로 집어 든다

조각은 투명하지 않다

"아가야 어서 그걸 손에서 내려 놓으렴!"


가끔은 깨어져 내 발을 파고드는 길

투명한 길 위에 남겨진 선명한 핏자국

보세요 피가 나요!

나는 손가락으로 상처를 누른다

"아가야 부디 안전한 이곳으로 오려무나!"


머리카락 끝이 떨려 온다

아픔으로 고통으로

당신은 계속 나를 부른다 안전한 그곳으로

그럼 누구였지? 나를 이곳으로 보낸 이는?

"아가야 그건 내 탓이 아니란다!"


나는 당신에게로 간다 나를 부르는 투명한 당신에게로

당신은 나를 감싸쥐고 나는 외친다

보세요 피가 나요!

나는 조각을 집어들고

너는 문을 닫은 뒤 울음을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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