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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들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17. 1. 1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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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들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구름이 너무 멋져, 어제처럼 날씨가 우중충하지 않아... 대화의 시작을 알리는 이런 말들은 때론 누구나 알고 있는 너무나 뻔한 것의 재확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의 신경을 건들기도 했다. 나도 알아, 어제도 한 얘기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비슷한 말들이 주변을 빙빙 돌았다. 보세요, 예수 그리스도 옆에 있는 게 선지자 엘리야랍니다. 보세요, 발다키노 기둥을 휘감고 있는 게 올리브 잎입니다. 교황 우르바노 8세의 상징이지요. 보세요 저것은 판테온의 청동을 떼다가 만든 것으로... 제가 그런 걸 알아야 하나요. 그런 걸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지요, 당신이 조각과 회화를 보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건 그런 걸 모르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 그러나 때로는 억지스럽게 강요되는 것들. 우리가 본디 바랐던 것은 당신의 지식이 아니라 조금 더 가까이, 당신을 보다 더 오래 지켜보는 것이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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