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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자음과모음 2012)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5. 4. 1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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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기까지 가지고 온 이 책을 읽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침대에 앉아 책을 폈다. 여기저기 파이고 때가 묻은 책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2012년에 발행된 책이 이 정도로 상한 것을 보면 김연수란 작가의 이 장편 소설은 내 생각보다 상당히 인기가 많거나, 아니면 소수의 대여자들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몸에 지니고 다녔던 게 분명했다. 이 책을 이곳까지 들고 온 나처럼.

 

난 책의 제목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감상적인 제목이었다. 난 제목에서 풍기는 글의 내용을 잠깐 상상해 보았다. 도서관에 놓인 책들이 그렇듯 이 책의 겉표지 역시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그 겉표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가의 이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우리나라 소설책에서 유별나게 볼 수 있는 '작가의 말'이 책 뒤쪽에 삽입되어 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 내용이 장황하지 않았다. 김연수가 구구절절 자신에 대해 혹은 자신의 소설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 안도감이 들었다. 물론 난 김연수라는 작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 아는 건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작가 그리고 이 소설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첫 운을 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1인칭 시점이었다. 난 중견 작가들이 1인칭 시점으로 글 쓰는 걸 선호하지 않았다. 조금 더 읽자 남녀의 사랑이야기라는 게 확인되었다. 김연수는 역시. 조금씩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떠올랐다. 조금 더 읽자 주인공들의 이름이 외국식으로 지어진 걸 알게 되었다. 김연수는 왜 외국식 이름을 쓴 걸까. 이 주인공들은 한국인이 아닌 건가? 조금 읽은 것 가지고는 알 수가 없었다. 난 임의로 한국 이름을 몇 개 상상한 뒤 주인공들의 이름 대신 집어넣어 보았다. 조금 더 읽자 소설 주인공이 작가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난 소설가가 글쓰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책을 덮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잠을 청해야 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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