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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루트번스타인 지음, 박종성 옮김 (에코의서재, 2008)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5. 4. 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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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은 '창조적 사고'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책이고, 그런 창조적 사고를 했던 저명한 사람들의 일화 모음집이며, 그런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옳으니 그렇게 따라가자고 주장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창조적 생각의 근원에는 바로 통합적 사고가 있다고 말한다.

 

책의 저자, 루트번스타인 부부는 천재적인 과학자, 예술가들이 거의 대부분 통합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한 분야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미술, 음악, 문학, 과학, 수학, 지리, 체육 등을 아우르는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특출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사실상 그러한 성과들을 이룩한 이들의 예시 모음집이다.

 

이 책의 이름을 처음 보았을 때의 호기심은 책을 절반 정도 읽고나자 현저히 떨어져버렸다. 먼저 저자의 주장이 특별하지 않았다. 통합적 사고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도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방대한 예시가 볼만했는데, 그 또한 지적 욕구를 풀어주기엔 깊이가 얕았고 너무 다양한 예시를 들어 산만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또 통합적 사고 자체가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저자는 당대의 천재들이 이런 능력을 가졌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통합적 사고는 우리들 대부분 또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능력이다. 각각의 사고의 깊이와 노력 수준에 차이가 있을 뿐으로, 통합적 사고를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결과를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천재들이 통합적으로 사고했으니 우리 모두 그 길을 따라가자, 하는 것도 문제다. 이 책의 저자는 아무런 의구심 없이 천재들의 방식을 따라가자고 말한다. 그 천재들이 감수해야 했던 고난과 실패, 괴짜 취급, 정신적 고통, 외로운 삶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이는---자칫 잘못하면---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삶과 습관을 그대로 따라하라고 가르치는 자기계발서의 길을 따라가게 된다. 개성과 다양성이 존중되고 인정되는 외국에서라면 '어쩌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남다른' 사고를 한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고, 따라서 이 책의 의도는 완전히 다르게 읽히게 된다.

 

"신천지를 개척하고, 새로운 것을 기도하고,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 내는 것은 패배자들인 경우가 많다." 철학자 에릭 호퍼의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창조적 사고로 성공한 저명한 인사들의 사례를 쭉 열거했지만, 창조적 사고를 했으나 패배자로 살았던 이들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

 

그리하여 내 개인적으로 이 책은---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관점을 확대해서 관찰할 경우에--시중의 자기계발서와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들이 '개인'의 자기관리와 꾸준한 노력을 가르친다면, 이 책은 개인의 생각하는 '모델'을 가르친다. 차이가 있다면 자기계발서의 성공모델(자본, 사회관계)과 이 책의 성공모델(명예, 개인)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이 책은 적어도 레퍼런스로써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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