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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의 노트.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 (눈빛 2009)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5. 3. 30.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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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사진 찍는 기법에 대한 설명도 나오지만 눈이 가는 글은 아니었다. 눈이 가고 생각을 불러 일으키는 글은 사진 예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읽을 때였다. 사진 예술, 예술 전반에 대한 그의 생각이 나의 생각과 완벽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 차이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차이는 사진을 대하는 그의 마음 가짐, 그의 인생론을 읽다보면 금세 잊혀져 버렸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사진을 찍었고 또 이론을 공부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생각을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그의 그런 태도에 난 호감을 느꼈다. 그는 예술을, 어쩌면 삶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글에서 내가 본받을 만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난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끝없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평생 동안 쉼없이 작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 주는 목소리가 들려오리라고 희망한다. 이 희망으로 내 정신은 자유롭고 내 가슴은 설렌다."(129쪽)

 

이 책이 "사진강의 노트"라는 제목 때문에 사진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읽힌다면 참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자신의 삶이 예술이라는 단어와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연관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볼 만한다. 이 책은 사진 그 이상, 적어도 그 너머를 이야기하고 있다.

 

 

"'진실'이라는 척도로 본다면 사진을 믿을 수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필립 퍼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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