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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세법도 수리 및 조선세법 심사 응시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10. 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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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세법 심사를 앞두고 칼 제작소인 원도검에 칼 수리를 맡겼다. 세법도를 끈으로 착용한 채 칼을 놓고 가만히 서 있었을 때 손잡이 부위가 앞쪽으로 떨어지면 안 되는데, 칼집고리의 위치가 적절하기 않아 앞쪽으로 기우는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칼의 코등이를 항상 꼭 붙잡고 있어야만 하여 불폈했고, 이에 심사에 앞서 수리를 맡기게 되었다. 처음부터 문제가 있던 것이었으니 바로 수리를 맡겨야했는데 원도검까지 가는 거리가 있다보니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수리를 하게 되었다. 원도검은 제작 당시의 실수였다며 흔쾌히 수리를 해주었다.



2.

그간 검날을 제외한 쇠붙이들이 자연스럽게 녹이 슬도록 가만히 놔두었었는데 그탓에 코등이의 고래 장식, 특히 은으로 만든 배 부위가 새카맣게 변색되어 있었다. 원도검은 검집고리의 수리에 그치지 않고 검게 변색된 은 장식 역시 닦아내었는데, 녹 전체를 일률적으로 없애지 않고 굴곡이 있어 닦기 어려운 부분은 그대로 두는 형태로 작업하였다. 덕분에 양감이 두드러져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3.

장식부의 도금이 상당 부분 벗겨져버린 것은 아쉬운 일이다. 칼을 가만히 걸어두기만 했었는데도 장식으로 입힌 외부의 금박이 대부분 날아가버렸다. 금박에도 다양한 두께가 있는데 얇은 금박으로 작업을 하여 금세 날아가버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첫 의뢰를 할 때 금물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게 아쉽다. 원도검에서는 지금에 와서 금을 다시 붙이는 등의 보수 작업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들인 시간에 비해 이익이 남지 않을 일이 꺼려지는 제작자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구매자로써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금박이 하나 있기는 한데, 정 보기 싫다면 이걸로 내가 직접 작업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건 가장 얇은 금박의 30배 되는 두께로, 보통 '금부'라고 부르는 것이다. 금박처럼 쉽게 벗겨지지는 않을 터이다. 다만 작업을 해야 하는 부위가 워낙 미세하게 작은 탓에 내가 제대로 붙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4.

조선세법 심사는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와중에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두통이 심했지만 심사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 년에 한 번만 있는 심사라 이번을 넘기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했다. 몇 번의 작은 실수를 하긴 했는데 이들이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모르겠다. 아무런 실수도 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심사 인원은 초단, 2단 포함하여 80여명 정도였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심사라는 걸 감안하면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다만 목검을 사용해도 되는데 검집이 있는 가검으로 심사를 치는 초단 응시생들이 많아 심사에 진지한 태도로 응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2,30대가 많지 않아 이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사용을 마친 칼은 정향유를 바른 뒤 검집에 넣어 벽에 걸어두었다. 조선세법도 나름 흥미로운 데가 있으니 시간을 내어 종종 연습해야겠다.



조선세법도. 코등이 부분. 201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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