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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중도의 코스모스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9. 3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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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부에는 시내를 가로지르며 흐르다 낙동강과 합류하는 금호강이 있다. 우리는 이 금호강 하류의 하중도에 조성되어 있는 코스모스 군락을 보러 갔다. 


금호강의 '금호'는 갈대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하중도는 대개 코스모스로 채워져 있었지만 곳곳에서 사람 키보다도 더 큰 갈대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내가 본 것은 대개 갈대가 아니라 억새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 사람들도 갈대와 억새를 곧잘 혼동했으니, 옛 조상들이 이 강에 '금호'라는 이름을 붙일 때도 거문고 켜는 소리를 내던 식물은 갈대가 아니라 억새였을지도 모른다. 산 정상에 갈대가 많아 갈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은 억새가 자라고 있는 전남 장성의 장성고개처럼 말이다. 하중도는 강가이기 때문에 어쩌면 그 사이 식생 환경이 바뀌었을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그저 후대의 설명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금호'는 억새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 소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렇게 하면 간단해진다.


코스모스는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와 반대되는 '질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우주를 '코스모스'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선대 철학자들이 우주가 질서에 따라 움직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다 이 꽃에 코스모스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이 꽃들은 넓은 공간에 퍼져 질서 없이 자기 좋을 대로 피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은 질서정연한 혼돈. 그런데 고래로 뛰어난 이들은 혼돈 속에서도 그 나름의 질서를 발견해 왔다. 난 아직 그 질서를 모른다.


코스모스는 길거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꽃이라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하중도는 이미 꽤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난 잘 알지 못했지만 하중도는 오래전부터 봄의 유채와 가을철의 코스모스로 유명했다고 한다. 아무리 흔한 코스모스더라도 한 곳에 모여 피면 이처럼 장관이 된다.


코스모스1. 대구시 노곡동, 2018. 9.24.


코스모스2. 대구시 노곡동, 2018.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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