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가 직접 쓴 글 뿐만 아니라 그에 관한 글마저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조금은 기괴스러운 인상을 한 카프카의 표지 일러스트 위에 '카프카'라는 짧은 제목을 단 이 책도 그런 힘이 있었다. 그러나 내용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는 이 책에서 특히 '변신'을 유심히 반복해서 읽었는데, 모호성만 부각될 뿐 '변신'이라는 단편 소설의 이해에 커다란 도움은 되지 않았다. 500개 정도의 단락을 내가 읽었다면, 그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들어한 단락은 10개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번역가에 대한 소개조차 없는 이 책을 다음에 다시 읽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그 10개의 단락이 너무나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카프카에 대해 10개 단락만큼이나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였다. 내가 다음에 카프카의 다른 것을 접한 뒤 다시 이 책을 보게 된다면, 그 단락의 수는 30이나 40이 될 터였다. 그 단락 중 몇 개를 적으면 다음과 같다.
""누군가가 요제프 K.를 중상한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침에 체포되었으니까 말이다." 아하! 우리는 이 문장을 보면 볼수록 "분명하다"라는 단어에 놀라게 된다. (...) 이와 같은 문장으로 시작되었던 <심판>은 어떻게 끝나는가? "... 그가 죽은 후에도 치욕이 남아있을 것 같았다." "분명하다"는 확실하지 않은 "것 같았다"가 되었고, "죄"는 "치욕이 된 것인가? (...) 얼마나 자주 우리의 "분명하다"가 "상황에 따라 ...할 것 같다"로 조용히 바뀌었으며, 진정으로 죄를 느끼고 후회하며 참회하는 대신 치욕스러워했던가?" (5~6쪽)
"그의 글에서 단단히"로 시작되는 단어들을 한 번 세어보라아. 얼마나 자주 "단단히 얼어붙은", "단단히 매듭지어진", "단단히 붙들린", "단단히 묶인" 등과 같은 단어들이 등장하는지 놀랄 것이다. 이런 표시들은 전부 카프카가 작품 속에서 이야기의 매듭을 얼마나 노련하게 만들어냈는지를 보여준다." (9~10쪽)
"그레고르가 죽은 후에 일어난 일은 빠르게 서술되었다. 남은 자들은 자신의 고용인에게 세 통의 사유서를 썼다. "그들은 오늘 하루를 푹 쉬며 산책을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일을 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이 풍자는 여기서 중복된다. 그레고르가 항상 바라왔던 가족들 간의 화합이 시작되었다. (68쪽)
"옆에 있는 것이 아닌 함께 사는 것. 동시에가 아닌 함께 먹는 것. 경제적인 문제들로 방해받지 않는 가정생활에서 따뜻하고 신뢰가 있는 교류.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들은 날개를 펴 그루터기를 쇠약해지지 않게 한다. (70쪽)
"이렇게 <실종자>와 <성>에서도 '여자의 치마'는 남자에게 잠자리에서의 성적인 접촉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대신에 '블라우스'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펠리체 바우어의 첫인상은 "드러낸 목, 걸쳐 입은 블라우스"였다. <심판>에서 뷔르스트너 양의 방은 비어 있었지만 그녀의 흔적으로 옷이 있었다. "열린 창문에는 흰 블라우스가 걸려 있었다." (260~2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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