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의 흥미로운 점은 다음과 같다. 1. 주인공(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벌레로 변신했다는 것을 깨닫고도 그다지 놀라지 않으며(일반적으로 변신과 같은 현상을 겪게 되는 주인공은 놀람, 괴로움, 공포, 좌절, 극복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단계를 거친다), 상대방이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자신도 태연히 출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 주인공은 자신의 몸 상태보다는 회사에 지각할 것을 걱정한다. 3. 주인공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 하고 있는 일(영업사원이 겪어야만하는 가식적이고 짧은 인간관계들)을 싫어하지만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한다. 4. 이야기 전개가 무척 빠르다(단 두 페이지 만에 주인공이 변신 및 주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한다). 주인공의 자잘한 독백이 몇 문단씩 이어지지 않는다. 5. 벌레에 대한 연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벌레의 움직임, 감각 등에 대한 묘사가 자주, 세밀하게 나온다). 6. 작가의 관심이 주인공의 정체성보다는 사회와 가족과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변신한 주인공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하는 대신(사실 거의 하지 않는다), 회사와 가족과의 문제에 집중한다). 7. 풍자적이다(자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주인공, 자신이 감금당하는 상황을 유리하게 해석, 가족의 생계에 대한 끊임없는 걱정, 그러나---그런 걱정을 왜했나 싶을 정도로---자신이 변신하고 나자 생기와 활력을 찾는 가족들 등) 8. 아버지와의 대결하는 구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9. 가족들은 주인공이 죽은 날 산책을 간다. 10. 주인공이 죽자, 앞으로 가족의 부양을 책임질 인물로 딸이 선정되었음을 암시하며 글이 끝난다.
이 소설의 많은 장치는 몇 가지 점을 시사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사랑이 아니라 일로 얽힌 가족관계의 허울이며, 또 하나는 그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한 채 하고 싶지도 않은 일로 인생을 소모하는 가족부양자의 모습이다. 이 가족은 다른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으며 큰 아들이 그 역할을 해내지 못하자 불필요하게 여기고 그의 죽음조차 방관한다. 주인공의 여동생은 이제 막 성인이 되어 아름다운 육체를 뽐내는데, 그 육체는 그녀의 부모에게 새로운 꿈과 아름다운 계획을 보증해주는 수표임을 나타낸다. 이는 곧 가족부양에 대한 의무가 주인공에게서 여동생에게 넘어갔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소질을 보이는 바이올린이 아닌 돈을 보다 벌 수 있는 다른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즉, 그녀 또한 언젠가는 벌레로 변신하게 될지도 모르며, 그녀가 자신의 오빠(주인공)을 버렸듯, 마찬가지 이유로 버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소설은 위와 같은 점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하게 서술하여, 이 책을 읽는 독자마저도 이 소설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것은 삶의 문제가 무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암시하며, 그렇게 하여---문제를 알고 있는 일부 사람들이---암울한 현대인을 바라보는 비장미를 증폭시킨다. 많은 부분들이 모범으로 삼을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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