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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스 세계사>, 한나라의 한반도 지배와 그 지도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8. 6. 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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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타임스 세계사>는 세계사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는 동서양의 역사를 모두 망라하고 있는데, 그 방대한 역사를 상세한 지도로 표현해 내어 명성을 얻었다. 다만 지도를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세계사 서적들이 으레 그렇듯 이 책 역시 철학, 문학, 정치, 미술, 음악과 같은 다양한 분야보다는 국가의 흥망성쇠를 주로 다룬다는 한계가 있다.


지도의 양이 상당한데, 독자에 따라서는 상당히 놀랄 만한 지도를 몇 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엔 1~3세기 경의 동아시아 지도가 그에 해당한다. <더 타임스 세계사>는 1~3세기의 동아시아, 특히 중국의 영토를 표기할 때 중국이 한반도의 절반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지도를 그려 놓았다. 우리는 1~3세기의 중국, 즉 한나라나 서진과 같은 국가가 한반도의 한강 이북, 심지어 충청도를 포함한 북쪽 지역을 모두 지배한 것으로 표기하고 있는 지도를 보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공교육에서 그러한 사실을 잘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한나라의 무제는 고조선(위만조선)을 무너뜨리고 그 지역에 몇 개의 군(한사군)을 설치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가 <더 타임스 세계사>에서 '낙랑'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지역이다. 낙랑의 위치는 우리나라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인데, 우리나라 주류 사학계는 낙랑이 평양 근처에 위치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사군이 한반도 내에 존재했다는 걸 증명하는 고고학 사료들은 꽤 많은 편(물론 그에 대한 반박도 있다)이며 또 주류의 의견이므로 <더 타임스 세계사>에서 그 입장을 취해 지도를 그린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사에서 지도를 다룰 때 한 국가의 영토는 '최대' 영역을 기준으로 그려지는 경향이 강하므로 중국 한나라의 지도를 표현할 때 '한때나마' 한반도 북부를 지배했다고 여겨지는 낙랑, 즉 한사군을 포함하여 그린 것을 적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우리도 최대 영토를 기준으로 부여나 고구려를 공부했지, 고구려가 주변 지역을 차례차례 점령해 갈 때의 경계로 지도를 공부하지는 않았다. "고조선이 한나라의 공격을 받고 멸망했다"(대개 이렇게만 배운다), 혹은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한사군을 설치했다"는 사실을 글로 읽는 것과 그 영토를 지도로 표현해 놓은 걸 보는 것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더 타임스 세계사>의 매쪽마다 그려져 있는 지도의 의미와 가치는 바로 그 차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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