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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 태초에 환경이 있었다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8. 6. 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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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각 대륙, 각 국가의 수준이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탐구하고 있다. 저자가 내린 결론에 의하면 각 문명의 질적 차이는 (과거 독일의 나치나 오늘날의 인종주의자가 믿고 있는 것처럼) 인종 간의 우열이 아니라 초기 인류가 처음 정착했던 지역의 환경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그 '우연했던' 이주 환경이 현대 문명의 우열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초기 인류가 우연히 거주했던 대륙의 환경, 즉 계절적 특성, 타 대륙과의 단절성, 동식물의 다양성은 초기 인류가 동식물에서 획득할 수 있는 식량의 질을 결정했다. 이렇게 환경이 인류에게 '부여한' 식량의 질은 각 인류의 정주 시기에 영향을 주었고, 가축화할 수 있는 동물들의 종류는 농사의 수준과 병원균의 진화를 결정하였으며, 농사의 수준은 인구의 증가 수준에 영향을 미쳤다. 인구의 증가는 질병의 번식과 체제의 발전, 전쟁에서의 우위, 발명의 다양성 등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고, 다시 대륙의 특성은 그때까지 발전되고 진화했던 문물과 병원균의 전파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것이 <총, 균, 쇠>의 일관된 주장이다.


저자의 주장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명간 우위란 오직 초기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환경 결정론에 힘을 싣고, 이러한 환경 결정론은 문명간의 격차가 인종, 민족간의 우열 때문이 아니라는 긍정적 결과를 도출한다. 그런데 그런 주장은 개인의 노력이나 특질은 환경이라는 초기 변수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결정론 역시 도출하게 된다. 이것은 약 1만 년 전에 '이미' 현재의 대륙간, 문명간, 국가간의 격차가 결정되었다는 뜻인데,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했던 원주민 입장에서는 낙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결론이다. 그런 결론에서 '우리가 이렇게 뒤쳐진 건 우리 탓이 아니다'라는 위안을 얻을 수도 있겠으나 원주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의 열악한 조건 탓에 '도태'라는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엔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주변의 미천한 환경 때문에 그곳 출신은 아무리 노력해봐야 결과적 한계, 이른바 유리 천장을 가지고 있다는 명제는ㅡ그 명제가 비록 그곳 출신들을 '게으름'이나 '열등한 유전자'와 같은 원초적 멸시에서 해방시켜 줄 수 있다 하더라도ㅡ또 다른 색안경으로 작용하게 될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총, 균, 쇠>의 논의와 주장은 몇 천 년 전의 원시인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 제시하는 바가 있기에 의미가 있다. <총, 균, 쇠>는 문명의 발달을 자극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거시적 관점에서 설명해 내는 데 성공했다. 그 환경 변인을 알아낸 기쁨과 그 기쁨을 토대로 한 먼 미래의 희망찬 청사진은 우리가 환경을 '지배'하거나, 최소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있는 한 유효할 것이다.



2.

먼 미래,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시도할 때 마주치게 될 첫 번째 위험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괴수의 습격이 아닐 것이다. 1880년경 프랑스의 레 후작이 1천 여명의 이주민을 데리고 뉴기니에 정착하려다가 930명의 사망자를 냈던 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또 다른 많은 역사적 사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처럼, 미래의 행성 이주민들을 위협할 가장 큰 적은 거대한 것의 반대편에 있는, 아주 미세한 병원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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