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 마스카르포네(혹은 마스카포네) 치즈를 이렇게 빨리 구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강추위를 무릅쓰고 아이와 함께 찾아간 홈플러스의 유제품 코너에서 '설마 그게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치즈를 하나하나 살펴 보다가 역시 없구나 하는 마음으로 포기하려는 찰나, 매대의 제일 우상단 부근에서 '마스카포네'라고 적혀 있는 치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이제 제대로 된 티라미수를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들떴다. 내가 전에 만들었던 티라미수는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사용하지 않았기에 장난 삼아 '티라미수가 아닌 티라미슈 1'라고 불러야겠다고 쓰기도 했지만 이번엔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사용하였으니 티라미수라 불러도 되겠다. 2
하지만 이번에도 이탈리아의 '정통' 티라미수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하기엔 거리가 좀 있다. 전에 밝힌 바와 같이 정통 방식엔 논란이 있지만, 그래도 정통에 가깝다고 '볼 만한' 티라미수 레시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티라미수가 만들기 간단한 디저트라는 원 개념을 생각해 보면 더 그렇다. 그 아이디어를 따르자면 사보이아르디 비스킷을 구매하여 쓰는 것이 좋다. 이 비스켓의 표면을 에스프레소에 살짝 적셔서 마티니 잔 같은 곳에 올린 뒤 마스카르포네 치즈를 사용한 크림을 얹고 그 위에 카카오 가루를 뿌리면 '만들기 쉬운' 디저트라는 티라미수의 정통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번에 마스카르포네 치즈는 구했으나 사보이아르디 비스킷은 구하지 못하였으므로 이번에도 직접 스펀지 케이크(제누아즈)를 구워 티라미수를 만들었다. 스펀지 케이크 대신 사보이아르디 비스킷을 직접 구워도 되긴 했지만 저번에 만든 방식도 있고 하여 이번에도 스펀지 케이크를 만들어 썼다. 다만 손님들이 올 예정이었으므로 3호 크기의 가장 큰 빵틀로 스펀지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스펀지 케이크에 가까운 티라미수가 되었다.
2.
이번 티라미수는 크게 다음의 과정, 스펀지 케이크를 만든 후 잘라 내어 케이크 시트를 만들고, 마스카르포네 치즈로 크림을 만들고, 케이크 시트를 에스프레소에 적시고, 마지막에 이들을 쌓아올린 뒤 코코아를 뿌리는 네 가지 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스펀지 케이크를 만들 때는 계란 3개와 설탕 110g을 뒤섞은 반죽을 40도 정도의 물에 중탕시키며 고속에서 저속으로 섞었고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박력분 100g과 중탕시킨 버터 20g을 재빨리, 크게 저으며 섞어 주었다. 그렇게 만든 반죽을 유산지로 감싼 빵틀에 부은 뒤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25분 정도 구워냈다.
스펀지 케이크가 만들어질 동안 크림을 만들었다. 크림은 마스카르포네 치즈 250g을 볼에 풀어내다가 '약간' 거품을 낸('휩트'시킨) 생크림 200g과 설탕 60g을 섞어 만들었다. 거품을 낼 때는 살짝 걸쭉한 상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물에 불려둔 판형 젤라틴은 물기를 제거하고 오븐에 넣어 액체 상태로 만든 뒤 마지막에 크림과 함께 섞어 주었다. 젤라틴을 섞었으므로 크림이 아닌 '무스'라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이때 빵과 크림을 반듯한 층으로 쌓아 올리지 않을 거라면 젤라틴을 굳이 넣어줄 필요는 없다. 정통 방식의 티라미수라면 크림에 날계란을 섞어야 하지만(그렇기에 반드시 신선한 계란을 써야 한다) 이번엔 넣지 않았다.
오븐에서 꺼낸 스펀지 케이크는 충분히 식힌 뒤 반으로 갈라 케이크 시트로 만들었다. 이렇게 자른 케이크 시트는 에스프레소를 내려 적셔 주었다. 내경 21cm인 3호 크기의 원형 케이크 시트 두 개를 적시는 데 에스프레소 약 160ml가 들어갔다.
이제 케이크 시트, 크림, 케이크 시트, 크림 순으로 쌓아 올려 냉동실에서 얼렸다. 충분히 얼린 뒤 냉동실에서 꺼내 코코아 가루를 뿌렸다. 난 코코아 가루만 썼지만 초콜릿을 갈아서 코코아와 적절히 섞는 것도 좋을 것이다.
3.
무스링 없이 빵틀로만 만들다 보니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면을 고르게 하고 싶었는데, 빵틀에서 티라미수를 꺼내는 과정에서 조금씩 뭉개지고 말았다. 손님들께선 (모양이 불규칙적이어서) 수제품인 느낌이 나 오히려 더 좋다고 말씀해 주시긴 했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마스카르포네 치즈로 만든 크림 반죽. 2017.11.18.
오븐에 구워낸 스펀지 케이크. 2017.11.18.
케이크 시트와 크림을 차례대로 쌓아올린 뒤 마지막에 코코아를 뿌려 완성한 티라미수. 2017.11.19.
티라미수. 20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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