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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고기 아이리시 스튜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7. 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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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와 감자에 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아이리시 스튜가 먹어보고 싶어졌다. 아이리시 스튜는 19세기 아일랜드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감자를 이용한 아일랜드 전통 음식으로, 양고기 목살과 양파, 감자를 넣어 끓인 요리이다. 양모와 우유가 주요 경제 수단 중 하나였던 대기근 전후의 가난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주식이었던 감자로 스튜를 자주 만들어 먹었고, 일 년 중 몇 번은 수명이 다한 양의 목 부위(당시 가격이 제일 저렴한 부위였다)를 구해서 스튜에 넣어 먹곤 했다. 그래서 나도 아일랜드의 전통에 좀 더 다가가고자 양고기를 구해(목 부위는 구할 수 없었다) 스튜를 만들었다.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한 양사각갈비(어깨 부위) 500g을 잘 다듬은 후 올리브 오일을 두른 냄비에 익히다가 중간 크기의 양파 3개를 넣어 함께 볶았다. 그후 치킨 스톡 500ml와 물 적당량을 넣어 40분 가량 끓이다가 감자를 넣고 20분 가량 더 끓였다. 걸쭉한 스튜를 좋아한다면 감자를 일찍 넣어 오랫동안 끓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요리 막바지엔 바질잎과 바질가루를 조금 추가했다.


<세계 야채 여행기>를 지은 다마무라 도요오는 아이리시 스튜에 당근을 넣느냐 마느냐로 아일랜드 사람들이 격렬한 논쟁 중이라고 했다. 난 아일랜드 사람이 아니라 그런지 당근 하나를 넣고 빼는 것에 충분한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당근을 넣는 게 더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하긴 했지만 감자를 주식으로 삼던 19세기 그때 그 사람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더 느껴보고 싶어 이번엔 당근은 넣지 않았다.

처음 만들어본 것 치고는 맛이 꽤 괜찮았다. 누린내도 나지 않았다. 어쩌면 미리 만들어 둔 치킨 스톡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나랑 결혼했으니까 집에서 이런 것도 먹어보는 거야." 이번엔 괜한 생색도 내보았다.


양고기 아이리시 스튜. 2017.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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