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팥빙수와 팥죽, 아이 간식을 위한 팥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7. 26. 19:26

본문

어릴 때 싫어했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음식 재료에 팥이 있다. 어릴 땐 단팥죽은 물론 팥으로 만든 거의 대부분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동지만 되면 의무적으로 먹어야 했던 동지 팥죽은 "이걸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수 있는 거야"라고 회유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도 한 사발을 다 먹기 힘들어 식탁 앞에서 애먼 숟가락만 뒤적이게 만드는 골칫거리였으니, 항상 팥이 들어간 아이스크림과 팥빵만 골라 드시는 아버지를 그땐 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은 팥이 거북하지 않다. 앞날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디단 팥양갱은 물론 단맛이 거의 없는 팥죽도 문제없이 들고 있는데, 이렇게 팥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건 (겨울철의 호빵과 더불어) 팥빙수가 아닐까 싶다. 성년이 되어 자주 먹게 된 팥빙수가 팥에 대한 호감도를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올려준 게 아닐까.

이렇듯, 지난하고 무더운 여름이 기다려진다면 그건 오로지 팥빙수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팥을 삶은 것도 팥빙수 때문이었다. 우선 잘 씻은 팥을 적당히 삶은 뒤 물을 한 번 버리고, 다시 물과 설탕을 넣어 팥이 쉽게 으깨질 정도로 푹 삶았다. 큰 냄비가 없어서 물은 그때마다 보충했으며 설탕은 팥의 절반 정도만 넣었다. 아주 달콤한 단팥을 원한다면 팥과 설탕의 비율을 1:1로 해도 좋을 것이다. 난 아이 간식으로도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설탕을 아주 많이 넣지는 않았다. 설탕의 절반 정도를 물엿으로 대체하면 단맛이 보다 깊어지는 걸 느낄 수 있지만 마침 쓸 만한 물엿이 없었기에 전부 설탕을 사용했다. 팥빙수를 주로 만들 생각이었기 때문에 팥알을 잘게 부수어 팥고물로 만들지 않고 알갱이를 그대로 사용했다(난 팥빙수는 씹는 맛도 잘 살려야 한다는 주의이다). 일부는 팥칼국수를 할 생각이어서 적당히 으깨어 팥고물을 만들었는데, 다 만들고 보니 집에 칼국수 면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고물을 더 갈아 팥앙금을 만든 뒤 멥쌀을 부어 끓이다가 당면을 넣어 국적불명의 음식을 만들었다. 적당히 쌀면팥죽이라고 해야겠다.

팥알에 적당량의 물과 설탕을 넣어 삶고 있다. 2017. 7.21.

팥앙금에 멥쌀과 당면을 넣어 만든 국적불명의 쌀면팥죽. 2017. 7.21.

용기에 넣은 팥알과 팥고물. 2개는 팥빙수용, 2개는 팥죽용,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아이 간식 용도이다. 2017. 7.21.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