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음식의 레시피를 알려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다소 어려운 주문이다. 사실 난 '정확한' 레시피를 잘 모르기 경우가 많다. 특히 한식이 그렇다. 몇 컵, 몇 스푼... 계량을 외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 계량대로 정확하게 요리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다. 나도 처음엔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르려 노력했다. 미세 저울이나 계량컵을 이용해 무게를 맞추는 건 예사였다.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이번에 장조림을 만들 때도 냉장고에서 간장통을 꺼내와 그대로 냄비에 들이부어버렸다. 설탕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조절을 잘 하지 못해서 원하는 양보다 더 많은 재료가 그릇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그래도 수습 방법은 있으니 문제될 건 없었다.
먹는다는 건 개인적인 경험이다. 배가 무척 고픈 상태에서는 맛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 배부른 상태도 그와 비슷하다. '입맛이 반찬'이고 '시장이 반찬'이니, 이런 속담들도 먹는다는 것의 개인성을 드러낸다. 게다가 난 짜고 매운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기준은 무척 주관적이다. 어려서부터 짜고 매운 걸 거의 먹지 않은 채 자라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 비해 짜고 매운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정확한' 레시피라는 것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었다. 일단 맛과 재료의 원리를 알게 되면 그 뒤의 일은 완전히 나에게 달린 것이 된다.
요리가 특별히 어렵다하고 한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맛은 절대적이지 않다. 누군가 맛있다고 한 요리도 다른 사람이 맛보았을 땐 형편없을 수 있다. 맛집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때, 실제로 그 집 음식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맛보는 사람의 취향 때문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내게 '정확한' 레시피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내 음식을 맛보는 사람은 아주 제한적이고, 따라서 그 사람의 취향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내가 맛있다고 해주는 것, 그것만으로 모든 게 충분해졌다.
장조림. 2017. 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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