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토마토 케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마트에 같이 장을 보러 갈 때면 아내는 케첩 사는 걸 주저하곤 했는데 이유를 물으니 설탕, 즉 당이 많이 들어 있어서 별로라고 답했다. 사실 그렇다. 토마토 케첩의 대표적 회사인 하인즈나 오뚜기의 케첩 성분표를 보면 가용성 고형분 25%를 기준으로 토마토가 40% 정도만 들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머지 성분 중 상당수가 설탕으로 채워져 있어서 이미 여러 채널에서 케첩의 설탕을 주의하라고 경고해 오던 터였다. 하인즈 같은 경우는 설탕에 비해 저렴한 고과당 콘시럽을 쓰고 있는데, 고과당 콘시럽은 오래 전부터 당뇨병의 원인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 왔다.
난 케첩과 친숙하게 커왔다. 위가 약해 매운 것을 드시지 못한 어머니가 고추장 대신에 케첩을 자주 사용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떡볶이도 케첩을 넣어 만드셨고 오므라이스 위에도 케첩으로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넣곤 하셨다. 케첩이 뿌려져 있지 않은 핫도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난 케첩 코너를 쉽게 지나치지 못하곤 했다. 언젠가는 좋은 케첩을 사겠다며 마트의 케첩 진열대 앞에서 20분 넘게 서 있던 적도 있었다. 국내외 여러 케첩들의 성분을 비교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저렴한 건 성분을 봐줄 수가 없었고 성분이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몇 배로 뛰어 올랐다. 며칠 전에도 마트에 갔다가 케첩 코너를 지나치게 되었다. 하나 살까 싶어 몇 개 집어들어 보았다. 난 설탕보다는 토마토 함유량에 집중했지만 역시 마음에 드는 걸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난 "그냥 내가 만들어야겠다"고 선언했다.
야채 코너에 가니 마침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가 나와 있었다. 손으로 살짝 눌러보니 단단한 것이 상태도 좋았다. 예전에 녹빛이 남아 있는 반숙 토마토로 토마토 퓌레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색이 잘 나오지 않았었다. 케첩은 빨간 것이 상징처럼 생각되어 이번엔 색상에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그래서 토마토 꼭지는 물론 씨앗까지 모두 제거해가며 케첩을 만들었다.
우선 토마토 4개를 약간 데친 뒤 껍질을 벗겨냈다. 양파 작은 거 한 개를 다듬은 뒤 토마토와 양파를 한데 섞어 갈았다. 갈아낸 토마토를 체에 걸러 씨를 제거한 뒤 냄비에 붓고, 월계수 잎 3장, 소금을 조금 넣어 끓이다가 꿀 4스푼, 식초 3스푼을 넣고 더 끓였다. 마지막에 월계수 잎을 꺼낸 뒤 물에 녹인 전분 한 스푼과 파슬리를 조금 넣어 케첩이 적당히 졸아들 때까지 끌였다.
데친 뒤 껍질을 벗긴 토마토. 전남 담양에서 온 토마토이다. 2017. 5.26.
갈아낸 토마토는 체에 걸러 씨앗을 제거했다. 2017. 5.26.
갈아낸 토마토와 양파는 각종 허브와 소금, 꿀을 넣은 뒤 잘 졸아들 때까지 끓였다. 2017. 5.26.
토마토 케첩이 작은 병 하나를 채우고 조금 더 나왔다. 색이 마음에 든다. 2017. 5.26.
"아빠의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2017.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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