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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기행 (21) - 해안과 해변 (4) (판포포구)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4. 2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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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온지도 벌써 한 달이다. 몇 분이라는 잠깐의 시간에도 자신의 위치를 옮기는 별자리의 놀라운 움직임은 제주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긴 시간을 보내면서도 우린 마을 앞 해안에는 가보질 않았었다. 판포리에는 이름난 유명한 해변이 없었지만 연옥빛의 바닷물이 빛나던 해안은 처음부터 우리의 이목을 끌었었다. 그래서 우린 오늘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판포포구는 스노쿨링과 다이빙을 즐기기에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가서 보니 전반적으로 파도가 잔잔했고 수심이 앝았다. 하얀 바닥까지 눈에 보이는 안쪽 해안에는 방파제까지 길게 나 있어 초심자들이 스노쿨링을 즐기기에 좋아 보였다. 아직 무더위가 찾아오지 않아서인지 우리 외의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시멘트가 깔려 있는 방파제 주변에서 아이를 이리저리 안아가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젊은 남녀 커플이 스노쿨링 장비를 입은 채 우리를 지나쳐 갔다. 여자쪽은 스노쿨링이 처음인 듯했다. 남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마음을 다잡아 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이 우리가 판포포구에서 본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스노쿨링 포인트를 떠나 방파제 왼쪽으로 걸었다. 방파제 왼편에는 제주도의 숱한 해안처럼 검은 현무암이 넓게 깔려 있었다. 한라산에서 흘러나와 이곳의 서쪽 해안까지 긴 시간 이동했을 파호이호이 용암은 대지 위에 튜물러스와 치약구조를 만들며 곳곳에 깊은 골을 만들어 냈는데, 바닷물이 오가면서 조간대가 된 그곳은 그 특유의 구조 때문에 간조 시에도 바닷물이 빠지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그곳에서도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판포포구의 작은 용암대지를 누비며 곳곳에 있는 생물들을 관찰했다.

 

웅덩이. 판포포구, 2017. 4.24.



간조가 되면 낮은 지형에 바닷물이 갇히면서 이처럼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진다. 오른쪽 그물망에는 해녀가 잡아 놓은 뿔소라가 가득 담겨 있었다. 

 

 

줄새우. 판포포구, 2017. 4.24.

 

눈이 밝은 아내가 바위 틈에서 발견한 줄새우. 다리에 난 노란 점이 인상적이다. 줄새우는 민물에 사는 새우이지만 염도가 낮은 기수 지역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 아마도 근처에서 용천수가 흘러나와 바닷물의 염도를 낮춰주고 있는 듯하다.

 

 

타래고둥. 판포포구, 2017. 4.24.

 

수많은 톳이 자라고 있었다. 판포포구, 2017. 4.24.

 

파래. 오늘 아침에 반찬으로 파래김을 먹었기에 더욱 생각났다. 판포포구, 2017. 4.24.



작은구슬산호말. 판포포구, 2017. 4.24.



색이 꽤 화려한 작은구슬산호말. 산호를 닮았으나 동물이 아닌(산호는 동물이다) 식물계의 산호말과에 속하는 석회조류이다. 요즘은 백화현상을 일으키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요즘 제주도 연안에 이 석회조류들이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는데 판포포구에도 있었다.

 

 

우뭇가사리. 판포포구, 2017. 4.24.

 

명주고동인 것 같다. 판포포구, 2017. 4.24.

 

풀색꽃해변말미잘. 판포포구, 2017. 4.24.

 

풀색꽃해변말미잘은 몸통 외부에 공생조류가 있어 녹색을 띠고 있다. 갈색꽃해변말미잘에 비해 색상이 보기에 좋다. 판포포구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성게. 판포포구, 2017. 4.24.



갈색꽃해변말미잘. 해변말미잘과에 속한다. 판포포구, 2017. 4.24.

 

군부와 고둥. 판포포구, 2017. 4.24.

 

사진 가운데에 삽엽충을 닮은 군부가 보인다. 해안에 꽤 많은 군부가 살고 있었다. 사진 가장자리에 보이는 고둥은(노란 줄무늬) 남방울타리고둥으로 보인다. 남방울타리고둥이 아니라면 개울타리고둥일 것이다. 

 

 

검은큰따개비. 판포포구, 2017. 4.24.

 

검은큰따개비는 이름에 걸맞게 (위 사진으론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꽤 컸다. 검은큰따개비는 조간대 중하부에 사는 생물이라 간조 때에도 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요즘이 달이 삭이 되는 대조기인데, 여기에 간조까지 겹쳐 검은큰따개비가 물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거북손. 판포포구, 2017. 4.24.



거북의 다리를 닮아 거북손(거북발이 아니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도 섬사람들은 거북손을 채취하여 끓여 먹는데 그 모습이 TV 프로그램인 <한국인의 밥상>, <삼시세끼> 등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거북손은 소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조리해 먹는데 난 아직 맛본 적이 없다. 굳이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판포포구, 2017. 4.24.

 

판포포구 인근의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선 아내와 아이. 뒤쪽으로 넓은 현무암 대지가 보인다. 다양한 생물들의 거주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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