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산 주변은 안개로 가득했다. 산방산 중상부의 암석은 안개로 전혀 보이지 않았고 하단부에 자라고 있는 나무들만 구름 같은 안개 아래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우리는 산방산을 떠나 그 아래에 위치한 용머리해안으로 곧장 움직였다. 사암층 암벽에 난 좁은 틈을 따라 내려가니 곧 판상형의 퇴적암체인 응회암의 곶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으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어 파도의 포말이 높게 튀어 올랐다. 바닷물이 높게 튀어올라 사람들을 덮칠 때마다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궂은 날씨였지만 인기지역인만큼 적지 않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피해 움직이며 바위를 살폈다. 조간대인 그곳은 물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그 안을 살피니 꽤 많은 생물들이 숨어 있는 게 보였다. 성게, 군소, 군부, 따개비, 말미잘, 모자반 등등. 곳곳에 난 깊은 골 덕분에 간조, 만조 시기와 관계없이 바닷물이 고이게 되었고 그 덕분에 바닷물이 빠져나간 그때에도 생물들은 물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바람도 없는 날이라 수면도 잔잔했다. 우리는 차분히, 그리고 충분히 웅덩이와 그 주변의 생물들을 관찰했다.
응회암에 형성되어 있는 거대한 구덩이가 보였다. 안에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잠겨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표면 아래쪽에 형성되어 있던 작은 용암 동굴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함몰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간조 시기에도 골에서 물이 빠지지 않아 다수의 성게들이 잘 살아가고 있었다.
위 웅덩이에서 발견한 군소. 집 수조에서 창궐했던 '레드 플라나리아'를 잡기 위해 '누디브랜치'(갯민숭달팽이)를 구하러 다닌 적이 있어 익숙한 생명체. 군소와 갯민숭달팽이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분류체계상 '목'이 다르다.
용머리해안의 바위 틈 곳곳에서 말미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덕분에 말미잘이 제주도에 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아래에 보이는 삽엽충을 닮은 생명체는 '군부'이다.
조무래기따개비는 우리나라 해안 조간대 상부에서 별 어려움 없이 관찰할 수 있는 생물이다. 제주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조무래기라는 이름이 재미있다.
용머리해안의 응회암체 위에 넓게 펼쳐져 있던 애기가시덤불 앞에서. 짙붉은 색이 눈길을 끌었다. 박무인지 안개인지 모를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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