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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배관, 실외기 설치 작업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5. 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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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의 실외기 설치는 에어컨 본체(실내기) 설치보다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중요도도 높은 민감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외기 설치는 크게 배관용 구멍 내기(건축업계에선 흔히 '타공'이라는 일본식 표기를 사용), 실외기 거치대(앵글) 설치, 실외기와 에어컨의 배관 연결로 나눠볼 수 있다. 요즘 아파트들은 실외기 앵글과 배관 작업을 미리 한 상태에서 분양을 하기 때문에 이 작업에 큰 시간이 들지 않지만(매립 배관이 막혀 버린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렇지 않은 아파트들은 하는 수 없이 배관용 구멍 내기 및 앵글 설치 작업을 병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에어컨 구매 및 설치에 필요한 예상 비용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차이는 대부분 실외기 설치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실외기 설치 업체에서 작업 난이도, 위험 수당 등에 따라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실력이 좋지 않은 일부 기사들은 벽에 배관용 구멍을 내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곳에 엉뚱한 방식으로 구멍을 내기도 한다. 실례로 우리 옆집은 거실 벽에 구멍을 낼 수 없다고 하여 유리 기술자가 와서 거실 유리에 배관 구멍을 뚫었다. 거실 유리가 강화 유리가 아니었기에 망정이지(강화유리엔 배관용 구멍을 뚫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았다면 옆집은 거실에 에어컨을 놓지 못할 뻔했다. 기술은 있더라도 마감을 대충 한다거나, 구멍을 내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대각선 작업, 양면 모서리 작업은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니 에어컨 구매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비용에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바엔 최저가를 알아보는 것보단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실외기 전문 기사를 보내주고 투명한 가격을 명시하는 에어컨 업체를 고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에어컨 설치 기사와 나는 거실에 있는 전면 유리를 피해 거실과 발코니 양면에서 대각선으로 벽을 뚫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거실에 있는 창호를 반쯤 손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를 내게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일정이 빠듯한 설치 기사 입장에서는 배관용 구멍의 길이가 짧아져야 일을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벽에서 가깝게 뚫어야 했는데, 그러다 보면 창호의 일부도 같이 뚫게 되는 게 당연지사였다. 아마도 설치 기사는 "네, 그렇게 하세요"라는 대답을 기대하였겠지만 난 차후에 창호를 교체할 수도 있으니 창호를 손상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작업에 시간은 조금 더 걸리겠지만 창호와 조금 더 떨어진 위치에서 구멍을 뚫기 시작하면 되는 일이었다. 난 이미 계약업체와 다음과 같이 합의를 한 상태였다: "에어컨 설치 작업의 난이도는 에어컨 설치 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창호에 손상을 입히지 말아 달라는 게 집주인의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고 설치 기사가 수용하지 못할 어려운 작업도 아니었다. 다행히 내 의견은 반영되어 창호는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 난 두 기사에게 생크림과 코코아 가루를 얹은 시원한 카페모카를 대접했다.


최근 스탠드형 에어컨의 배관은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으며 총 8m 길이의 배관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 배관 설치는 8m보다 짧은 거리에서 마무리되었으므로 설치 기사는 불필요한 배관을 잘라낸 뒤 유니언을 이용하여 알루미늄 배관과 동(구리) 배관을 연결하였다. 어떤 곳에서는 알루미늄 배관은 절단과 연결이 불가능하므로 제공된 8m 길이의 배관을 그대로 다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어도 삼성 에어컨의 경우) 앞서 언급했던 유니언으로 같은 알루미늄 배관끼리의 연결뿐 아니라 동 배관과의 연결이 가능하며, 알루미늄 배관 절단 역시 커터를 이용하여 할 수 있으므로 알루미늄 배관의 절단 및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 삼성 에어컨의 경우 알루미늄 배관 연결용인 '유니언'과 실내기 및 실외기 연결용인 '스마트 링크'가 독자적으로 개발되어 있는데, 일부 설치 업체나 기사는 이 도구 사용비를 (이전 설치가 아닐 때에도) 따로 계산하여 받고 있는 듯했다.


난 마감 역시 중요하게 살펴보았다. 기사가 아파트 바깥쪽(외벽) 구멍에 마감을 하는지 안 하는지 지켜보았는데 마감을 하지 않았다. 해달라고 요청했도 안쪽에서 막았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였을 것이다. 내가 지켜보기만 한 이유는 바깥쪽을 막지 않아도 괜찮기 때문이 아니라 고층 아파트의 바깥 구멍을 실리콘으로 마감하는 작업이 용이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만일 손이 쉽게 닿는 부위였다면, 그게 아니라도 단열이 무척 중요한 공간이었다면 구멍을 메워달라고 요청했을 것이다. 안쪽을 실리콘으로 마감했고 빗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경사를 줘 구멍을 냈으며, 또 애초에 단열이 무척 중요한 공간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말하지 않았다. 만일 구멍을 낸 부위가 발코니 확장 공간이거나 일반 주택의 외벽이라면 구멍 안을 우레탄 폼이나 기타 충전재로 채운 뒤 바깥쪽에서도 마감할 수 있도록 사전에 협의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에어컨 설치는 합리적인 선에서 잘 마무리 되었다. 설치에 든 비용은 명목상 실외기 거치대 구입 비용이라 했던 12만원이 전부였다.


콘크리트에 작은 구멍을 낼 때 자주 사용하는 AEG 건식 드릴를 이용해 대각선 방향으로 구멍을 내는 모습. 2017. 5. 9.


벽에 배관용 구멍을 낸 모습. 발코니쪽은 구멍이 아래쪽으로 기울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야만 구멍 내부에 빗물이 고이지 않는다. 또한 외부로 나가는 배관에 저절로 구배(기울기)가 생기기 때문에 일부러 배관을 구부려 트랩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2017. 5. 9.


하얀색 수성 실리콘으로 구멍을 메우는 모습.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기존 벽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2017. 5. 9.


실외기와 연결할 배관의 모습. 배관은 구배를 주어 작업해야 빗물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는다. 간혹 배관을 적당한 길이로 자르지 않은 채 두 바퀴 이상 감아버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 이동 거리가 길어진 만큼 에어컨 냉방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물론 길어진 길이만큼 냉매를 보충하면 되지만 냉매 충전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만일 실내기와 실외기 사이의 간격이 너무 짧아 배관을 일부러 길게 남겨놓은 게 아니라면 설치 기사와 이야기를 나눠 배관 길이를 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마감 테이프를 어떻게 감는지 살피는 것도 좋다. 아무래도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마감 테이프를 감아 올려야 빗물이 내부로 쉽게 유입되지 않는다. 2017.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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