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잠을 자지 못했던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피곤한 마음에 지금이라도 잠을 자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잠에 들면 저녁에야 일어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보고 싶어 했던 국립고궁박물관의 마지막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으니까요.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달력에 적어두었던 날짜를 바라보며 차일피일 미뤄두고 있었는데 어느새 전시회 마지막 날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혼자서 박물관에 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 혼자서 어디를 갔던 일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였지요. 값비싼 주차료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을 쉽게 떠나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잃어야 하는 것도 있었지요. 동행인과의 관심사와 목적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그날만큼은 마치 모든 도시에 정차하는 시외버스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전 전시된 모든 물건들의 앞에 멈춰 선 채 그들에게 부여된 설명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습니다.
"지난 해를 추억하면 생각이 천만 가지인데
상서를 읊으매 사모의 심정 간절해지네 (...)
이제 노년의 나이에 새해가 가까워오니
수문장 교대의식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이던 경복궁의 뜰과는 다르게 고궁박물관 내부의 인적은 드물었고, 조선 궁궐의 영건 건축에 관한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던 특별 전시실은 더 한적했습니다. 그 빈 공간을, 가끔씩 제 옆을 스쳐 지나갔던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아이들을 쫓는 어머니들의 외침이, 그리고 제가 누르곤 했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먹통. 한국건축도구박물관 소장.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2017.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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