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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궁궐을 짓다, 옛 사람이 남긴 건축의 기록 (1)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7. 2. 2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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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잠을 자지 못했던 일요일 아침이었습니다. 피곤한 마음에 지금이라도 잠을 자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잠에 들면 저녁에야 일어나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날은 제가 보고 싶어 했던 국립고궁박물관의 마지막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으니까요.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달력에 적어두었던 날짜를 바라보며 차일피일 미뤄두고 있었는데 어느새 전시회 마지막 날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혼자서 박물관에 간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 혼자서 어디를 갔던 일은 극히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였지요. 값비싼 주차료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을 쉽게 떠나지 못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잃어야 하는 것도 있었지요. 동행인과의 관심사와 목적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그날만큼은 마치 모든 도시에 정차하는 시외버스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전 전시된 모든 물건들의 앞에 멈춰 선 채 그들에게 부여된 설명들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습니다. 


"지난 해를 추억하면 생각이 천만 가지인데 

상서를 읊으매 사모의 심정 간절해지네 (...)

이제 노년의 나이에 새해가 가까워오니

두 문장을 지어 천 년 뒤까지 보이노라"[각주:1] 


수문장 교대의식을 보려는 인파로 북적이던 경복궁의 뜰과는 다르게 고궁박물관 내부의 인적은 드물었고, 조선 궁궐의 영건 건축에 관한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던 특별 전시실은 더 한적했습니다. 그 빈 공간을, 가끔씩 제 옆을 스쳐 지나갔던 두런거리는 말소리가, 아이들을 쫓는 어머니들의 외침이, 그리고 제가 누르곤 했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었습니다. 


조선시대 먹통. 한국건축도구박물관 소장.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2017. 2.19.



  1. 영조, <어제 창덕궁 창경궁>, 18세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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