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울음에 눈을 떴다. 동쪽 창가에서 빛이 밝아오고 있었다. 우는 아이를 껴앉은 채 거실을 서성였는데 아이는 생각보다 일찍 다시 잠에 들었다. 그래서 아이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힌 뒤 집안 청소를 끝내고 서둘러 아침을 준비했다. 실로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만들었다. 아내가 미리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둔 육수 덕분에 쉽게 만들 수 있었다. 냉장고에서 옅은 갈빛이 떠도는 유리병을 꺼내 뚜껑을 여니 마른 멸치의 향이 났다. 냄비에 육수를 부어 끓인 뒤 감자, 무, 버섯, 대파, 두부를 넣어 조금 더 끓였다. 반찬은 접시에 따로 담았다. 때로는 식사가 단출하더라도 이렇게 차림에 신경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비록 항상 얼굴을 마주보는 허물없는 사이이지만 이런 식의 대접이 서로의 사이에 잊어서는 안 되는 마땅한 예와 존중을 놓아두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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