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늦게 자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선 평소보다도 더 늦게 잠자리에 들고 있다. 어쩔 수 없는 내 성격 탓이다. 잠을 많이 못 자다 보니 기운이 꽉 차 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최근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의한 입술 포진이 10대 이후 처음 나타나기도 했다. 피곤함을 무릅쓰고 오랜만에 나갔던 대회에선 아내와 아이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약 20초만에 패하고 말았다. 몸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장에 들어서니 발이 잘 움직이지 않았고, 심판의 깃발은 내 예상보다 더 쉽게 올라가고 말았다. 아직도 시합장에서 긴장을 하는 걸까, 아니면 그리 좋지 않았던 몸 상태의 영향이었던 걸까. 감기는 오히려 아내가 걸리고 말았다. 왠만해선 감기에 걸리지 않는 사람인데. 성치 않은 몸으로 대회장에서 오래 기다린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아내가 본시 따뜻한 걸 좋아하기도 하고 또 감기 걸린 사람에게 익히 좋다고 알려져 있기에 쌀죽을 끓여 놓았다. 그런데 쌀죽은 조금 평범한 느낌이라 다른 죽을 더 만들어 보기로 했다. 들깨죽이나 검은깨죽을 해볼까 했는데 재료가 없었다. 집에 무슨 재료가 있는지 생각해 보다가 겨울 초입에 팥호빵을 만들겠다며 사놓았던 국산 통팥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팥죽을 끓였다.
팥을 깨끗이 씻은 후 냄비에 붓고 잠길 정도로 물을 넣어 강한 불에서 끓였다. 물이 끓자 기존의 물을 전부 버리고 팥의 3배 정도되는 물을 넣어 팥이 무를 때까지(약 1시간 정도) 삶았다. 새알심을 만들려고 했는데 이번엔 찹쌀가루가 없었다. 사러 나갈까 하다가 찹쌀 대신 집에 있는 멥쌀과 현미를 넣어 현미팥죽을 하기로 했다. 삶은 팥을 체에 담아 국자로 눌러 으깨면서 팥 삶은 물과 앙금을 볼에 내렸고, 팥앙금이 붙어 있는 껍질은 따로 모아 물에 담은 뒤 체로 껍질을 걸러 내었다. 팥앙금이 볼 바닥에 가라앉도록 조금 기다린 후 물에 미리 불려 놓은 현미와 멥쌀을 냄비에 담아 팥앙금을 가라앉은 윗물을 넣어 15분간 끓였다. 그후 팥앙금을 넣고 1 중불에서 20분, 약한 불로 10분간 끓였다. 2
체에 거른 팥앙금
아내에게 올린 현미팥죽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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