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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다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6. 10. 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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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그 얘기를 먼저 꺼낸 것은 아내였다. 굳이 꼭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아내의 물음에 난 내가 있을 수 있으니 집에서 해도 좋다고 하였다. 집에서 몸조리하면서 방문도우미를 쓰면 어떨까 하고 묻기도 했는데, 그건 내가 반대를 했다. 집안일이라는 게 서로 마음 맞기가 쉽지 않음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터라 난 차라리 내가 하겠다고 했다. 꼭 산후조리 때문이 아니라 그전에도 집안일은 누구 도움도 바라지 않고 내가 먼저 나서서 해왔기 때문에 어려울 게 없었다. 게다가 난 거의 항상 늦게 자는 편이었기 때문에 밤에도 아내는 아이 걱정 없이 푹 잘 수 있었다. 나는 아침에 아내가 깨어나면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갔고, 내가 자는 동안 아내는 나를 깨우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아이를 돌봤다.


그래도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보다는 불편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산후조리원에 있는 것보다는 아이를 많이 돌봐야했고, 직접 젖을 물려야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제한된 시간에만 아이를 볼 수 있는 격리된 산후조리원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를 돌보기로 한 건 바로 그 점, 아이를 직접 돌보며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니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걸 불편하게 여길 수는 없었다. 아내는 자연분만을 했기 때문에 회복이 빨랐고, 또 아내에겐 직접 해보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잠을 자는 동안 아이와 함께 있는 걸 어려워하지 않았다. 젖몸살 등을 예방하고자 밖에서 따로 마사지를 받기도 했지만 그외 시간은 집에서 보냈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난 첫날부터 모자동실에서 함께 지냈고, 태어난 날 밤에 4시간 정도 병원에 아이를 맡겼던 걸 제외하면 그후로 쭉 함께였다. 직접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젖병을 소독하고 옷을 세척하고 가끔씩 보채는 아이를 달랬다. 이것을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은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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