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테라로사, 모더니즘의 세계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6. 10. 27. 09:24

본문

가평에 있는 테라로사는 커피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러나 내게 이곳은 커피의 맛보다는 다른 것들, 즉 건물의 구조, 내부 인테리어, 접시, 라테 아트 같은 시각적인 요소가 더 눈에 띄는 곳이었다. 주문했던 카페라테와 카푸치노의 맛은 일반적인 커피숍보다 훌륭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 기대가 너무 컷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여 내 눈은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로 향했다. 


건물 외관은 거대한 바실리카 양식을 일부 닮았으나 외부를 향하는 한쪽 면엔 거대한 창을 내었고, 마찬가지로 건물 내부의 한 면에만 회랑과 기둥을 설치하여 비대칭을 이루도록 하였다. 건물 천장은 채광을 위해 양쪽을 크게 뚫었고, 마감을 하지 않아 드러난 콘크리트와 목재에선 거침과 따뜻함이 묻어났다. 벽이나 천장에 장식이라곤 없어서 여러 가지 면에서 테라로사는 모더니즘의 건축 양식을 따르는 듯했다. 


지적인 건축미가 감도는 테라로사는 현대적 커피 머신의 정밀 기술과 LED 조명의 축복 아래, 방문객들에게 수준 높은 지성의 문화를 보여 주려 노력하는 듯했다. 내부 구조 중 이색적이라고 할 만한 거대한 계단도 모던의 영향 아래 놓여 있는 현대적 아름다움을 드러내려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강렬한 직선만이 강조되고 있는 이 거대한 세계는 다분히 이성적이고 계산적이었으며, 그래서 곡선과 혼돈이 부여하는 미를 배격하는 듯했다. 사라진 듯한 감성을 되살리고 있던 건 전등과 커피잔과 접시가 제공하는 원형의 세계와 독특한 형상의 식탁과 의자가 던지는 타원의 세계였다. 이들은 직선의 세계와 끊임없이 부딪히며 스타일이 사라진 이 세계에 약간의 생각거리를 던져 주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