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토마토와 귤이 많아서 일부를 갈아 주스를 만들었다. 귤을 주스로 만든 것엔 일부 사정이 있었다.
귤은 어제 선물로 받았던 제주도산 노지감귤이었다. 박스에 담긴 채 택배로 온 감귤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박스를 열어보니 감귤 두 개의 겉면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껍질을 까본 것 중의 한 개는 속이 썩어 있었다. 따라서 불량 업자가 에틸렌 가스로 강제착색한 감귤을 판매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에틸렌 가스로 강제착색한 감귤은 빠른 속도로 부패하는데, 국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적지않은 양의 감귤이 강제착색되어 팔린 탓에 우리나라 감귤은 빨리 부패한다는 인식이 생긴지 오래다. 그런 차에 출하한지 얼마 안 되었을 노지감귤이 곰팡이가 피어 발견되었기 때문에 나도 그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세히 살펴 보니 강제착색한 노지감귤의 특성(꼭지 주변이 갈색으로 변하거나, 꼭지가 쉽게 떨어져 나간다)이 보이는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감귤 꼭지에 붙어 있어야 할 잎이 대부분 떨어져 나간 상태라는 건 동일했고, 귤을 까보니 너무 익어서 무른 상태가 된 것도 상당수였다. 아무래도 강제착색하여 후숙한 감귤과 그렇지 않은 감귤을 적당히 섞어서 판매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한 박스에 담긴 귤 전체를 물로 씻은 후 절반 가까이를 갈아 주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냥 놔두면 너무 익어 먹을 수 없거나 부패할 것이 당연지사였다. 이래저래 겪어온 일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국내산 감귤엔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직한 제주 농민이 당할 불이익이 안타깝다.
토마토는 사 놓은지 시간이 오래되어 일부를 주스로 만들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조금 더 달게 마시기 위해 천연 감미료인 알룰로스를 조금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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