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피에트로 광장(성 베드로 광장)엔 몇 가지 볼 것들이 더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정면이자 가장 위쪽에 위치한 돔(dome)을 들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설계 중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이 이 돔인데, 오늘날에는 이 돔이 대성당의 정면에서 온전히 보이지 않아서 돔의 전체 모습을 보기 위해선 대성당에서 상당히 떨어져야만 한다. 사실 대성당의 정면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는 이 돔을 가까이에서 잘 볼 수 있긴 하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대성당의 정면에서 대성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돔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 때문에 건축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비판받고 있는 중이다. 1 2
특히 외부에서 잘 안 보이는 부분이 돔 아래쪽에 있는 거대한 채광창들인데, 빛이 이 채광창을 통해 대성당 내부로 쏟아져 들어가기 때문에 미처 이 채광창의 존재를 파악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성당 내부에 들어섰다가 돔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런 점에선 의외의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돔을 가리고 있는 것이 바로 대성당의 정면부(파사드)이다. 이 정면부 위쪽에는 특별히 더 크게 제작된 성인들(예수 그리스도와 초기 사도들, 그리고 세례자 요한)의 대리석상이 올려져 있다. 광장의 다른 대리석상들도 거대하지만 이 석상들은 특히 더 거대하여 높이가 6m에 이른다. 아래 사진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세 개의 동상을 찍은 것이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세례자 요한, 예수 그리스도, 성 안드레아이다.
돔과 정면부를 따라 시선을 앞으로 쭉 이동시키면 광장 중앙부의 오벨리스크에 이르게 된다. 이 오벨리스크에서는 다른 것에선 잘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오벨리스크에는 이집트 상형문자가 커다랗게 새겨져 있기 마련인데 이 오벨리스크는 아주 매끈하여 본체에 아무 문자도 적혀 있지 않은 것이다. 하단부에 적혀 있는 문자도 상형문자가 아니라 라틴어이다.
이전 글에서 이 오벨리스크의 이전에 관한 일화를 적었는데, 그와 관련한 중요한 일화가 한 가지 더 있다. 광장으로 오벨리스크를 옮기면서 당시에는 없었던 청동 십자가를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추가하였는데, 이 십자가를 만들 때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성녀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직접 가져온 성 십자가의 일부를 담았다. 3 그리하여, 한때 이 오벨리스크 아래에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순교했지만 이제는 승리의 상징으로 광장 한가운데에 자리하게 되었다. 4 5
이 오벨리스크 양쪽에는 커다란 대리석상이 하나씩 서 있다. 쉽게 지나치기 쉽지만 알고 보면 무척 중요한 인물들이다. 바로 성 베드로(정면에서 좌측)와 성 바오로(정면에서 우측)이다. 어, 그럼 파사드 위에도 초기 사도들의 대리석상이 올라가 있다고 했으니 성 베드로의 대리석상은 두 번 세워진 것인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파사드 위에는 성 베드로 대신에 세례자 요한의 대리석상이 올려져 있다.
성 바오로의 대리석상은 두 가지 물건을 손에 들고 있다. 하나는 성령의 검이고 다른 하나는 펼친 두루마리이다. 이 두 가지는 성 바오로의 상징물인데, 성령의 검은 그가 에베소서에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성령의 검 곧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라"(에베소서 6:17). 그래서 '성'이라는 단어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성 바오로는 흔히 검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검은 하느님의 말씀을 뜻하는 것이다. 다른 한 손에 두루마리를 든 것은 그가 훗날 신약성서가 될 많은 편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성 바오로의 대리석상은 산 피에트로 대성당으로 입장하는 도중에 자세히 볼 수 있었지만 출구 근처에 있었던 반대편의 성 베드로 대리석상은 끝내 보지 못했다. 대성당에서 나온 시간이 상당히 늦었던 대다가 때마침 상당한 양의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비를 피하며 급히 걷는 통에 그만 쉽게 지나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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