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0의 발견에 관한 사실뿐 아니라 수와 관련된 많은 역사적 사실 또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학의 역사 외에 이슬람 역사를 파악하는 데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수학이 어떻게 발전하고 교류되었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난 어느 순간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또 재미있던 점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된 해가 1939년이라서 저자가 '계산기'를 신기한 물건으로 취급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주판이 계산기에 밀려 사라지는 그 날은 얼마나 긴 세월이 흐른 것일까' 하고 독백한다. 하긴,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주산학원이 있었으니 주판이 사라지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주판을 공부하는 데 쓰진 않고, 그것 두 개를 발로 밟은 채 롤러 브레이드처럼 타고 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출판된 지 반세기가 지난 이 오래된 문서가 어릴 적 기억도 일깨워 주니 여러모로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다.
2005년 1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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