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시오랑은 절망과 우울을 탐닉한 작가였다. 그는 인간의 거짓된 이면을 정면에서 드러내는 용기(혹은 만용)를 지니고 있었고, 그래서 그의 책을 읽다가 나의 숨겨둔 내면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곤 했다. 그는 나를 충격에 빠트리고 회의하게 했다.
많은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 특히 다음이 기억에 남는다. "매일 존재해야 할 또 다른 이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염세주의자는 삶의 '의미'가 만들어내는 희생자이다." 어떤 이들에게 의미란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 투신 자살을 하려던 사람이 시오랑의 책을 읽고 자살 의지가 꺾이게 되었다는 일화처럼 - 난 살아갈 하나의 이유를 얻는다. 그의 글은 희망의 위대함에 대한 하나의 역설이다.
2006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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