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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맞이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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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난 보아두었던 책을 찾기 위해 서점에 들러 책장 사이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The call of the wild』라는 제목을 책을 보게 되었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평소에 그 책과 관련된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내가 어렸을 때 어린이용으로 읽었던 『야성의 절규』라는 걸 그 순간 알아차린 것이다. 얼른 책을 꺼내 표지를 보았다. 썰매개들이 눈 위를 달리는 사진이 있었다. 그 표지를 보자 맞다는 확신이 더욱 들었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책을 펴자마자 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Buck.' 그러자 또 놀랍게도, 예전에는 아무리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던 주인공의 이름이 생각났다. 분명히 『야성의 절규』에 나오는 썰매개의 이름은 '벅'이었다. 따뜻한 안뜰에서 사랑받으며 자라다가 갑자기 썰매개로 끌려가 혹독한 삶을 살게 되었던 벅. 내 유년 시절의 한 축을 형성했던 이 책을 다시 찾기 위해 애쓰다가 실패해 아쉬워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혹시나 해서 '야성의 절규'란 단어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앗, 검색이 된다. 그것도 'The call of the wild'로. 예전엔ㅡ아마도 7년 전쯤ㅡ분명 아무 것도 안나왔었는데. 아무튼 자신을 설레게 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책을 우연히 만나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그래서 난 그 책을 다시 꽂아넣지 않았다.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책을 고르다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가지고 다니기엔 짐이 많아서 책을 서점 카운터에 맡기고 나갔다. 한참 뒤에 다시 책을 찾으러 가자 점원 아가씨는 "오셨네요."라는 말과 함께 영수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사은품도 안 드렸는데." 그 아가씨는 얼마 이상 구입하면(5만원이었나) 초대권을 준다고 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로버트 카파 씨의 사진전 초대권이었다. 와, 그 유명한 로버트 카파라니. 이런 행운이! 다음 주에 갈 곳이 또 생겼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아가씨가 물었다. "음, 4장 받으실 수 있네요. 그런데, 이게 다 필요하세요?" 난 영문을 몰라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안 받으면 무슨 다른 이익이라도 있나요? 다 받아서 손해볼 건 없죠?" 그러자 아가씨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아, 네 장은 너무 많은 것 같아서요. 저 조금만 주시면 안 될까요?" 음, 그래요. 전 뭐 두 장만 있으면 될 것 같네요. 난 그렇게 말 하려다가 망설였다. 내 주변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에겐 한 장만 있으면 될 것 같기도 했지만ㅡ그래도 내가 아는 분에게 선물로 드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이런 부탁하기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난 차마 바로 거절은 못하고 음, 네, 음, 그렇게 말하며 딴청을 피웠다. 그러자 종이 가방에 책을 넣던 아가씨가 다시 물었다. "네 장 다 가져가실 거예요?" 난 미소지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네." 다행히 그 아가씨는 그 거절에 마음이 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짐이 많으셔서 어떻게 해요? 무겁겠어요." "그러게요. 큰일이네." 난 괜히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자 그 아가씬 밝게 웃으면서 인사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그럼요. 가까이에 큰 서점이 있어 오히려 제가 영광이랍니다. 난 속으로 인사했다.

우연한 만남과 우연한 초대권. 토요일은 나에게 작은 선물을 주며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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