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천식으로 고생을 했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끼고 살았는데 특히 천식이 심했다. 그래서 난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면 지금의 '터부할러' 같은 스테로이드 분무기를 입 안에 뿌리곤 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곧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나. 자다가 숨이 막혀 잠에서 깨어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난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침착해진 걸까, 아니면 너무 어렸기 때문일까. 난 천천히 책상에 있던 스테로이브 분무기를 입에 대고 눌렀다. 그러자 무언가가 꽉 막고 있던 목이 트이는 게 느껴졌다. 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제 살았구나, 생각하며.
이 도시는 공기가 좋지 않다. 거의 별을 볼 수 정도로 하늘은 뿌옇다. 도시의 높다란 건물들이 피우는 불빛들은 그런 현상에 힘을 싣는다. 그 광경은 예전에 내가 진주에 6개월 동안 있으면서 보아왔던 밤하늘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진주의 밤은 하늘만 바라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별이 많았다. 그래서 난 밤에 친구들과 길을 걸을 때면 하늘의 별자리에 대해 얘기해 주곤 했다. 대부분 서울에서 왔던 그 아이들은 북극성이 어디있는지를 몰랐기에 내가 '저게 북극성이야'하고 말하면, '아, 그렇구나'하며 감탄하곤 했다. 북극성을 볼 수 있었던 건 나에게도 감동이었다. 원래 그다지 밝지 않은 별인데다가 별의 고도마저 낮아서, 높은 건물이 많은 도시에서는 맨눈으로 북극성을 본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진주에 있을 땐 툭 하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ㅡ하지만 이 도시로 온 뒤로는 밤이 되면 인간이 만들어 놓은 불빛을 본다. 신화가 없는, 땅의 황금색 불빛을.
별을 가리는 그 공기가 어쩌면 지금의 이 천식 증상과 관련이 있을까.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천식의 기운이 도지기 시작했다. 아침과 밤만 되면 마른 기침이 나왔다. 이러다 곧 말겠지 했는데 일주일 넘도록 계속이었다. 낮엔 괜찮은 걸 보니 일교차 때문일까 생각했는데, 어쩌면 아침과 낮의 출퇴근 시간에 겪는 탁한 공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공기, 이곳은 참 공기가 좋지 않으니까.
그래서인지 오늘은 평소보다 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숨이 끝까지 차올라서 더 이상 뛰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난 고집을 부려 조금 더 뛰다가 러닝머신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바로 바닥에 누웠다. '아, 천식이 도지는구나.'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곧 나아지겠지. 난 튼튼하니까.' 난 조금의 의심도 없이 다시 그렇게 생각했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숨을 몰아쉬며 멍하니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다. 숨결이 점차 평온해지는 가운데 땀이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왜일까. 천식 증상으로 얼마 뛰지도 못하였는데도, 문득 나에게 생기가 뜀박질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난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무언가가 내 안에서 생동하고 있었다. 어떤 정신이, 어떤 기운이, 혹은 어떤 의식이. 난 중얼거렸다. '아, 난 살아있구나.'
언젠가 마라톤에 나가고 싶다.
200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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