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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2010)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1. 4. 2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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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과 화학, 지학, 천문학, 인류학 등 자연과학에 대해 다룬 책을 읽고 난 뒤의 감상은 상당히 일반적인 편이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우리의 감수성을 자극하지 않고, 그렇기에 과학적인 사실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문학적인 상상을 하는 것에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좋은 책이란 그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된 책을 말하고, 그를 통해 우리 내면의 양면을 모두 자극할 수 있는 책을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은 내가 그 두 가지를 모두 상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이 문학적인 표현으로 글을 서술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를 넘어 무엇을 모르고 있는가를 계속 강조하여 설명하였고, 그것은 참으로 인문학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모른다'는 문장은 언제 들어도 매력적이고 심지어 그 자체로 예술의 한 주제를 드러내는데, 그런 문장을 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만나게 되다니. 그 조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이 책의 장점이란 다른 무엇보다도 바로 그것---우리는 모른다는 것의 끊임없는 인정이다.




방사능처럼 신비로운 에너지원이라면 무엇인가 좋은 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 생활용품에서 방사성 물질의 사용이 금지된 것은 1938년이 되어서였다. 125쪽 


납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지만, 20세기 초에는 거의 모든 소비재에 납이 들어 있었다. 음식물을 넣은 통조림 캔도 납으로 땜질을 했다. 물을 넣어두는 물 탱크도 납으로 도금을 했다. 164쪽


지구상의 망원경으로는 지름이 100미터 정도인 물체가 지구에 도달하기 며칠 전부터 관측할 수가 있고, 그나마도 그런 물체를 추적하는 전용 망원경이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오늘날에는 그런 물체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졌지만, 아직도 그런 물체를 미리 발견하기는 불가능하다. 211쪽


오늘날까지도 바다 밑에 대한 지식은 놀라울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 우리가 가지고 있는 화성의 지도가 우리의 바다 밑 지도보다 더 나을 지경이다. 293쪽


1957-58년에는 이미 10년 이상 상당히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버리고 있었다. (...) 1990년대에 그런 일을 그만둘 때까지, 미국은 대략 50여곳의 바다에 수십만 드럼의 폐기물을 버렸고, 파랄론 지역에만 거의 5만 드럼을 폐기했다. (...) 러시아, 중국, 일본, 뉴질랜드 그리고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가 그런 식으로 폐기물을 버려왔다. 그런 일들이 바다 밑에 사는 생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별 영향이 없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우리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우리는 바다 밑의 생물에 대해서는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화려하고 찬란하게 모르고 있다. 296쪽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가조차도 알 수 없는 놀라운 처지에 있는 셈이다. 380쪽


유전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체를 어떻게 움직이도록 만드는가에 대한 운전 지침서이다. 우리는 그 문제에는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 434쪽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앞으로 우리가 추위에 얼어죽게 될 시대를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마찬가지로 푹푹 찌는 더위가 찾아올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칼날 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452~453쪽


선사시대 인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대략 5,000명 정도의 유골에 대한 지나칠 정도로 단편적인 사실들만을 근거로 하고 있을 뿐이다. 460쪽


최초의 현대 인류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알려진 것이 적다. 우리는 이상하게도 사람속에 속하는 다른 종들의 혈통보다 우리 자신의 혈통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더 적다. 478쪽


이 단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모든 것이 매우 어지럽고, 우리는 정말 그 이유를 모른다는 것뿐입니다. 486쪽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짐작조차도 할 수가 없다.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일을 하기 시작했는가도 알 수가 없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현재의 활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지구가 하나뿐이라는 사실과, 상황을 충분히 개선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물도 단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498 ~ 4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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