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전개는 생각보다 흥미로웠었다.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시기가 나의 감정적 분위기와 들어맞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두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시선.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결국은 그 남자가 신(자연)의 사랑을 선택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아무리 신과 자연의 섭리를 위대하게 묘사하고 인간의 사랑을 결국엔 사그라드는 것으로 한계짓는다 하더라도---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합리화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 '더 위대한' 사랑으로 다가서는 "브리다"의 주인공인 '마법사'는, 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좁은 문"의 여주인공 '알리사'를 따라올 수 없었다. 게다가 "브리다"의 여주인공인 '브리다'에게서는 투르게네프가 쓴 "첫사랑"의 여주인공, '지나이다'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브리다의 어떤 대사는 지나이다의 대사와 감정의 분위기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만일 코엘료의 주인공들이 선택을 받은 영적인 존재가 아니라 투르게네프의 주인공들처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투르게네프의 "첫사랑"과 비슷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코엘료는 인간의 사랑이 아닌 영적인 길을 걷는 이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그 종교적 결말을 다소 받아들이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책은 위안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음으로 잠시나마 신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게 되었고, 인간의 사랑은 불완전하기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에 잠깐이나마 들뜨기 때문이다. 사람은 두려움에 빠질 때마다 신을 찾고, 그곳에 안식처를 마련한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시작된 믿음과 사랑은 결국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린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파울로 코엘료의 '마법사'는 자신의 사랑을 신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사람의 사랑은 인간적이었고, 그렇기에 비인간적인 자기 희생을 이겨내기가 어렵다. 그런 감정에 대한 설득 없이 단순히 마법과 제의의 오묘함으로 표현하기에 현실의 사랑은 너무 인간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우리는 다시금 이 파울로 코엘료의 책에 잠시나마 기대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그 영적인 세계에서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녀는 여자였고, 새로운 열정의 징후에 관해서라면 익히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은 피해야 했다. 그녀는 로렌스를 사랑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기를 바랐다. 그녀의 세상은 이미 충분히 변해 있었다.
213쪽
"정비공을 잘 봐." (...) 위키가 말했다. (...) "그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있어. 그냥 보고만 있지. 이 일을 한 지 몇 년이 되다보니 이제는 차가 그들끼리만 통하는 언어로 말한다는 걸 알고 있는 거지. 지금 작동하고 있는 것은 그의 이성이 아니라 감각이야. (...) 그와 기계 사이의 소통이 완벽하니까 전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지. 내가 아는 유능한 정비공들은 다 저와 같아."
'내가 아는 유능한 정비공들도 마찬가지인데.' 브리다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 그렇게 행동하는 거라고 생각해왔다. 그들이 늘 제대로 된 출발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이다.
225쪽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있고 그것에 전념한다고 해서,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우주를 훨씬 더 깊이 이해할 거라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이지?
(...) 마법은 최고 지혜에 접근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야. 인간이 어떤 일을 하든, 그것으로 그 지혜에 다다를 수 있어. 마음에 사랑을 담고 일한다면 말이지. (...) 그래서 정비공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듯, 우리도 그들을 필요로 하는 거야."
226쪽
"(...) 옛날에 위카와 사랑하는 사이였나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
"하지만 우리는 함께할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어."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 둘은 전승을 아는 사람들이었고, 자신이 상대의 소울메이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238쪽
"(...) 좋은 파티는 참석한 이들의 부정적인 파동을 정화해주지. 하지만 그렇게 되게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불청객 몇 사람만 있어도 즐거운 분위기는 쉽사리 깨지니까. 그런 이들은 자신들이 다른 이들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쉽사리 만족하지도 않아. 다른 이들과 하나가 되지 못하니까 그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여기지. 결국 그들은 대개 다른 이들과 교감을 이루는 데 성공한 이들로부터 내몰린 나쁜 영의 찌거기를 짊어진 채 자리를 뜨게 되지."
301쪽
"저는 아직 살아갈 날이 많아요." 브리다가 말했다. "그리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요. 착각도 하고, 이기적으로 굴기도 하고, 잘못도 저지르면서요. 저를 이해하시겠어요?"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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