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잘못을 되풀이 하는 행동을 단순히 '망각'이라는 현상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망각은 단순히 과거의 무언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일 뿐이므로 그가 지난 날 자신의 행동을 뉘우친 적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해주지 못한다. 무언가 자신의 행동에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선 자신의 사고와 행동에 아이러니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야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 그런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학창 시절, 어른들이 자신을 다른 학생과 비교하는 걸 그렇게 싫어했던 학생들도 끊임없이 자신의 옷과 남들의 옷, 자신의 가정과 남들의 가정, 자신이 즐겨 하는 오락과 다른 오락을 비교하고 있다. 자신이 대중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와 반대편에 위치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깎아내려왔다. 상대방이 편협하다고 주장하는 건 스스로를 편협하다고 말하는 바와 다르지 않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 자신이 '선'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악'에 가까운 인물로 규정하고 힐난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마치 '보다 더 교활한' 악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인류에 대한 구원을 이야기하는 타락한 종교인은 그들을 위한 수식어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품고 있는 증오는 강자가 지닌 증오를 훨씬 뛰어넘는다. 그렇기에 그것은 언젠가 폭발하고 마는데 그들은 그것을 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자신의 분노를 터트렸지만 그것을 용서와 사랑으로 위장한다. 그리고 이것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것은 망각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단 한번의 관용과 용서도 베푼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공동체는 그러한 덫에 걸려있다. 그런 덫에서 빠져나오는 법은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거나, 은밀하게 숨어버리거나, 성인이 되어 순교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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