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라는 도시는 내 기억 속에 잘 정리되어 있지 않은 도시였다. 가 본 적이 있던가? 거기에 뭐가 유명하지? 결혼식 때문에 충주에 내려갈 일이 있었던 터라 이참에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했다.
충주하면 떠오르던 것은 충주 고구려비였다. 찾아가보니 충주 고구려비 전시관이 있었다. 제법 큰 실내의 전시품들을 구경하고, 모형처럼 보이던 비석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 문득 복제품이 아닌 실제 충주 고구려비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전시관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다.
"모형말고 실제 충주 고구려비는 어딨나요?"
"여기 있는 게 원본이에요."
"네? 제가 알기론 원본은 야외에 있고 또 보호각이 세워져 있던데요?"
"예전엔 그랬는데 지금은 이리로 옮겨 왔어요."
그제야 내가 인터넷에서 본 사진들은 모두 최근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하지만 지금도 네이버에서 '충주 고구려비'를 검색하면 첫 화면에는 모두 예전의 충주 고구려비, 즉 보호각 아래 세워져 있는 충주 고구려비만 나온다. 이곳 전시관은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 포탈 측에서도 사진 업데이트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충주에는 의외의 국보가 있었으니, 바로 국보 6호인 충주 탑평리 칠층석탑이었다. 남한강을 옆에 낀 너른 지대에 탑 하나가 우뚝 서 있었는데 그게 탑평리 칠층석탑이다. 생김새가 왕궁리 오층석탑과 상당히 비슷해 보였다. 이런 국보급의 석탑이 있는 곳이면 주변의 절터 등을 찾기 위한 발굴이 있을 법한데, 이 석탑 주변엔 그런 게 거의 보이질 않았다. 공원 한복판에 탑만 홀연히 서있는 형국이었다. 아쉽게도 이 석탑과 관련한 사료가 전무한 듯싶었고, 어쩌면 그래서 발굴도 하지 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로이 들른 방문객으로서는 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탑평리 칠층석탑 앞에 있던 충주박물관에 잠깐 들른 후 탄금대로 향했다. 이곳에 얽힌 역사적 일화를 되새기며 탄금대에 올라 남한강과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녹림 사이로 별장처럼 보이는 집들이 몇 채씩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 충주도 평생 살 집터로 삼기에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세계무술공원이었다. 딱히 큰 뜻이 있어서 간 게 아니라 탄금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으니 한번 가보자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간 곳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검도를 하는 나름 무도가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을 순 없었다. 공원은 상당히 넓었고 또 잘 조성되어 있어서 가족 단위로 놀러 오신 분들이 많았다. 공원 안에 있는 충주세계무술박물관엔 다양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난 검을 위주로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중에서도 별운검과 운검이 눈에 띄였다(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이 검과 사육신의 관계에 대해 알 것이다). 그래도 세계무술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시설이라고 보기엔 부족함이 엿보였다. 차차 개선해 나가면 좋을 것 같다.
충주 고구려비. 이게 원본이다.
국보 6호, 탑평리 칠층석탑
탄금대에서 바라본 남한강. 지류와 합쳐지는 곳이라 꽤 넓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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