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15. 이번 주말엔 충남 서산 일대를 돌아보았다. 서산으로 가기 위해선 서해대교를 지나야 했는데, 서해대교를 지나던 중 서해대교 홍보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뭐가 있는지 잠깐 구경이라도 하자며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아버지와 함께 했으면 좋았을 곳이다.
서해대교 홍보관은 생각보다 잘 만들어져 있어서 의외의 구경거리들이 많았다. 다리를 만드는 과정들이 사진과 모형으로 잘 남아 있었다. 서해대교가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었는데, 문득 일본 고베의 아카시 해협대교가 생각났다. 아카시 해협대교는 현수교이고 서해대교는 사장교와 다른 2개 공법이 혼합된 방식이라 좀 달랐지만. 아카시 해협대교는 다리 바로 아래쪽이 해변과 연결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는데, 서해대교는 딱히 연계해서 볼 만한 것들이 없었다. 홍보관에도 관리인 이외의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였으니. 다리를 지나올 때는 몰랐는데, 멀리서 바라보니 서해대교의 주탑 두 개가 멋지게 보였다. 보물 537호라는 아산 읍내리 당간지주를 본따 만든 보람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해대교를 당진의 가 볼 만한 곳으로 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관람 포인트가 되기 위해선 사람들을 끌어들일 뭔가가 더 필요할 듯하다.
서산 안견기념관은 아담했다. 안견의 출생지는 명확하지 않았는데, 출생지가 서산 지곡면이라는 추정이 힘을 얻으면서 서산에 그의 기념관이 생기게 되었다(안견의 출생지가 서산인지 아니면 경기도 광주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념관의 크기가 작고, 소장하고 있는 그림이 전부 모사품인 데다가 그 그림들 외에는 딱히 볼거리가 없어 아쉬움이 컸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기념관이 되기 위해서는 공원 조성, 체험 프로그램 신설과 같은 노력이 더 필요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은 류방택 천문기상과학관이었다. 고려 말기에서 조선 초기의 시대를 살았던 천문학자 류방택(유방택)을 기념하는 과학관이었다. 역시 서산 출신으로 서산에서 오랫동안 은거하였으며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제작에 큰 공을 남겼으니, 서산에 그의 이름을 딴 복합 과학관이 세워지게 되었다. 흔히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잘 알지만 그 천문 계산의 총 책임을 맡았던 류방택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니 이 기념관의 의의는 크다 하겠다. 많은 박물관에서 천상열차분야지도를 걸어 두고 있지만 지도각석의 발문을 쓴 권근 정도만 언급할 뿐, 천문학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형편이다.
금일 먼저 방문했던 두 곳과는 달리 이곳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는데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력을 길러줄 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저녁 늦게 있을 밤하는 관측 프로그램을 참여할 계획이어서 먼저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과학관 직원에게 식사하기 좋은 곳을 물어보니 근처에 두부로 유명한 집을 소개해 주었다.
1층의 천체 투영실에서 '타이탄 코스터'라는 신기한 영상을 본 후,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망원경으로 직접 밤하늘을 관측했다. 날씨가 좋아서 밤하늘의 별과 달을 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진행자의 간단한 소개가 있은 후에 사람들은 저마다 별을 관찰했다. 다양한 형태의 망원경들이 태양계의 주요 행성과 유명한 별들에 맞춰져 있었다. 적도의는 자동으로 회전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여러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산이 아닌 평지에 위치한 천문관이었지만 그 단점을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넘어선 좋은 곳이었다.
저녁 식사. 두부가 유명한 집이라고 했는데 다른 반찬도 많이 나왔다.
류방택 천문과학기념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제일 큰 구경의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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