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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라이트 하이킹. 쓰치야 도모요시 지음, 최종호 옮김. (진선books, 2012)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3. 7. 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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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표지에, 마치 운율을 맞춘 듯 세 글자씩 길이를 맞춘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이라는 제목이 흥미를 끌었다. 나도 하이킹을 꽤 즐겼던 사람이기에 내용이 궁금해졌다.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이라는 이 책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큰 틀에서 말하자면, 이 책은 하이킹을 즐기기 위한 기본 안내서이다. 하이킹을 가기에 어떤 코스가 좋다더라, 어떤 장소가 멋지다더라, 어느 캠핑 사이트가 가격이 저렴하더라, 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이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하이킹 스타일로 움직이기 위해 하이커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여행에 임해야 하며, 어떤 장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말하는 하이킹 스타일은 초경량의 고급 제품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다소 새롭게 느껴졌다. 이 책은 그런 고급 제품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에는 불필요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레임과 등판 패드가 달려있는 배낭을 쓰는 게 아니라 일반 백팩에 발포매트를 잘라서 집어넣는 방식을 권장하며, 무겁고 부피가 비교적 큰 편인 다운재킷 대신에 침낭을 재킷으로 활용해보라고 말한다. 방투습의 고어텍스 재킷을 당연시여겼던 나에게 레인판쵸나 우산을 때에 따라 활용해보라는 조언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상에 오르는 걸 목적으로 산행을 많이 해왔고, 그런 산악지형의 트레일에서 안전하게 산행하는 걸 중시하다보니 고급 장비에 많은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나부터도 언제나 고급장비를 선호하였고 그런 것에 관심을 많이 가졌었다. 물론 강원도의 험준한 산을 돌아다니려면 초경량의 대형 배낭에 단단한 등산화, 방투습의 고급소재를 사용한 겉옷과 다운 재킷, 스틱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느새 그런 스타일의 복장과 장비가 가볍고 단순한 트레일과 몇 시간이몇 왕복이 가능한 낮은 산을 갈 때에도 정석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생각들만 하고 있던 내게 자연과 하나되는 트레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장비를 적게 가지고 가야만 자연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불필요한 장비를 덜어내는 것, 대용할 수 있는 활용방안을 연구하여 소비를 줄이는 것, 그럼으로써 자연에 자신의 흔적을 과도하게 남기지 않은 채 홀가분하게 트레일을 즐긴다는 생각만큼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다양한 장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고, 텐트 치는 법, 습기를 막는 법, 다운 재킷 소재의 차이 등 여러 방면의 지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등산객들에게도 훌륭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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