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에 대한 유명세를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라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주저없이 빌렸다. 그러나 몇 가지 요인---이 책이 일반적인 소설이 아닌 희곡 작품이라는 점, 레이먼드 카버와 안톤 체호프의 소설을 많이 읽었던 탓에 미리 가지게 된 선입견, 그리고 나의 불안한 정신 상태---이 이 책을 제대로 읽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했다. 난 인물의 대화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고, 어떻게든 읽어나가면서 이 책을 빨리 읽고 덮어버려야겠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등장인물들간의 대화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단절감이 문장을 제대로 읽기도 전에 날 허무하게 만들었다. '음 그래 이 등장인물들은 서로 자기 생각이나 하면서 특유의 이기심을 보여주겠지. 가족과도 융화하지 못하고 사회와도 융화하지 못하고, 제 바로 앞만 보는 개인주의나 이기심에 가득한 발언들을 하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끝이 나겠지.' 내 머릿속엔 그런 생각이 가득했다. 그래서 결혼, 사랑, 계급, 결투 따위에서 그런 예정된 전개가 드러나려고 할 때마다 난 미리부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서술과 묘사없이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전개도 견디기 어려웠다. 난 이 책을 읽을 당시 약간의 불안을 느끼는 것 같았다. 결국 그 자리에서 이 책을 다 읽긴 했으나 이 책을 읽기도 전에 예상했던 내용과 읽은 후의 내용에 다를 바가 없었다. 난 잠시 후 이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책에 적혀있을 그들의 무의미한 웃음과 단절된 대화에,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