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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이체르 소나타 -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펭귄클래식 2010)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3. 7. 24.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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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일반적인 구성. 그러나 점차 과격해지는 사람의 심리에 대한 대단한 묘사를 볼 수 있었다. 평소 강한 도덕주의자, 독실한 종교인 톨스토이로 알려져 있으나 강박에 가까운 도덕과 윤리에 대한 신념 또한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톨스토이 역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 결과적으로 주인공의 의심이 들어맞기는 했지만, 주인공이 아내를 의심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태도와 심리는 우리가 종종 빠지곤하지만 결코 이성적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는 바로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말이 들리지 않도록 일부러 피아노를 치는 게 분명했습니다. 어쩌면 키스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럴 수가! 속에서 뭔가 울컥 치밀어 올라왔습니다. 저는 그때 제 내부에 숨어 있던 짐승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264쪽)


"저는 난생처음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욕망을 느꼈습니다. 저는 벌떡 일어나서 그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일어서며 저는 제 분노를 느끼고는, 스스로에게 이 감정을 분출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즉시 옳은 일이고 아내가 겁을 먹을 것이라는 답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분노에 저항하는 대신에 더욱더 세게 달구어져 희열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269쪽)


이러한 심리묘사는 분노를 대개 행동의 결과로만 보아왔던 내게 다소 놀랍게 다가왔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뿐만 아니라 기억을 더듬어 예전에 읽었던 걸 포함해보더라도, 이렇게 악당-악당이라 단정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이 자신의 감정을 묘사하는 부분을 자세히 읽었던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착하거나, 나약하거나, 우유부단하지 않았나? 난 그 대단한 묘사의 전개에 놀라 그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의외로, 톨스토이가 바로 크로이체 소나타에 나오는 주인공의 화신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많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러나 작가와 주인공의 사상은 동일하지 않을 때가 많다. 위대한 작가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작가들은 자기의 감정을 소설 속에 쉽게 숨기거나 드러내고, 등장인물들에게 이입하고 이출하는 것이다. 주인공 포즈드니셰프는 여성들을 공격하는 말들을 거침없이 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그런 자신의 태도가 자신의 비정상적인 사고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계속해서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이 주인공이 여성들을 공격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것을 통해 톨스토이는 어쩔 수 없는 지독한 고집쟁이에 편협적인 윤리가라며 공격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소설에서 톨스토이는 자신의 윤리관, 종교관을 많이 드러내곤 했다. 하지만 그 소설에서 가져온 관점을 다른 소설에까지 연결시키는 것에는 비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제목인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베토벤이 작곡한 음악으로, 소설 속 두 인물이 관객들 앞에서 협연하는 음악이다. 음악이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쳐 비윤리적인 행동까지도 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톨스토이가 결합하고자 했던 음악과 소설의 관계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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