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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정원. 김용석 지음 (한겨레출판 2007)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4. 8. 1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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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자와 그 철학자의 사상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과 영화와 같은 '소재'를 중심으로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가 다루는 소재에는 '오이디푸스 왕'이나 '햄릿' 같은 유명한 고전도 있고 '프랑켄슈타인'이나 '투명인간' 같은 SF 소설도 있다. '스타워즈'나 '로마의 휴일' 같은 영화 소재도 있으니, 평소 영화 관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저자 김용석이 영화에서 어떻게 철학을 읽어내는지 관심있게 볼 만하다.


책 중반부터는 고대와 중세의 철학자들이 펴낸 책, 예를 들어 '크리톤', '향연', '명상록' 같은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기에 기존 철학서들과 구분되는 특별함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후반부의 내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고전들이 내포하고 있는 철학적 의미들을 쉽고 짧게, 그렇지만 가볍지 않게 잘 다루고 있다(이렇게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독자에 따라서는 '갈리아 전기'나 '범죄와 형벌', '이기적 유전자'와 같은 소재에서 색다른 지적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전반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일종의 문학평론이나 영화평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본 뒤 무엇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방법들 중 하나를 배울 수 있다. 문학과 영화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것은 바로 이 책의 저자가 보여주는 그런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철학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니,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자신의 사유의 힘을 키워내는 과정을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으며, 결국 그 힘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소설책이나 영화를 어떤 식으로 읽어내야 하는지,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권한다.


일례로, 저자는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캉디드'를 읽어본 분이라면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느낀 바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종교를 믿든 이념과 사상을 추종하든 사람들이 '믿음'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볼테르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 "노동은 우리를 커다란 세 가지 악, 곧 권태와 방탕 그리고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지요." 이 점에서 이 작품이 진정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은 낙천주의 그 자체가 아니라, 맹신 때문에 무력해지는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볼테르는, 그릇된 믿음은 각자 자신이 믿는 것을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과열된 논쟁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 맹신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설득하고자 하는 욕구는 궤변을 만들어낸다. 말하기에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생각에 따라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말이 생각을 좀먹기 쉽다. 오히려 말이 생각을 조작하기에 이른다." 279쪽


'철학 정원'은 근래에 읽은 교양 철학서 중 가장 좋은 느낌을 받은 책이었다. 이 책이 더 깊은 독서를 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몇 구절을 아래에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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