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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만드는 데 실패하는 이유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20. 11. 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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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몇 년간 취미로 빵을 만들다 보니 제빵을 배운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 가정집에서 빵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몇 가지 이유를 조금 알게 되었다. 가정집에서 처음 도전하는 게 보통 식빵이므로 식빵을 기준으로 대표적인 원인을 몇 가지 적어 보았다.

 

 

1. 재료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저울이나 계량컵을 사용하는 사람을 초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감으로 음식 만드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식빵을 만들 때도 레시피에 적혀 있는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기보다는 대충 감으로 재는 경우가 많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빵을 만들 땐 그래선 안 된다. 약간의 차이가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경력의 제빵사도 저울을 사용하여 동일한 품질의 빵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식빵을 성공적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주방용 저울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한번 구매해 두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방용 저울을 구매하기 꺼려진다면 최소한 계량컵이라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계량컵은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부피와 무게는 다를 수 있으니ㅡ같은 부피의 밀가루라고 해도 무게는 다를 수 있다ㅡ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안고 가야 한다. 숟가락으로 계량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숟가락은 크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식빵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문제점을 찾아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아주 소량의 이스트는 고가의 정밀 저울이 없으면 계량하기 어려우므로 계량스푼을 이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

 

 

2. 재료 온도를 간과한다.

제빵은ㅡ무교병 같은 특수한 빵이 아니라면ㅡ살아 있는 효모의 도움을 받아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으로 식빵을 만들고자 한다면 효모의 생태, 무엇보다 효모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온도 한계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식빵 레시피라면 물, 우유, 버터 등의 온도를 몇 도 정도로 준비하라는 지침이 나와 있을 것이다. 이를 따르지 않은 채 차가운 물, 냉장고에서 막 꺼낸 우유, 전자레인지에서 해동시킨 뜨거운 버터 등을 곧바로 사용하면 효모는 죽거나 비활성화 상태가 되어 밀가루 반죽에서 거의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게 된다. 이러면 제대로 된 빵이 나올 수가 없다. 레시피에 적혀 있는 온도를 비슷하게나마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빵 입문자가 가장 많이 실패하는 구간이 바로 여기, 온도 측정일 것이라 생각한다. 계량은 컵이나 숟가락 등을 이용해서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지만 온도는 온도계가 없으면 알아낼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제빵 입문자가 피부에서 느껴지는 상대적 온도만으로도 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이스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업용 이스트는 약 10도 이하에서 활동을 멈추고 약 46도 이상이 되면 죽어버린다. 따라서 온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우연히 한 번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음엔 실패할 수 있다. 결과물에서 일관성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주방용 온도계를 구매한 뒤 온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다. 구매가 꺼려진다면 한 번 빌리기라도 해서 어떤 용량의 물과 버터 등을 자신이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에 몇 초 돌리면 표면 온도가 몇 도가 되는지 등을 확인해 두어야 한다. 온도를 무시하면 절대로 좋은 식빵을 만들 수 없다.

 

미국의 제빵 전문가인 켄 포키시는 "시간과 온도를 빵의 재료라고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제빵 입문자가 가장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다.

 

 

3. 임의로 재료를 추가하거나 뺀다.

레시피에 적혀 있는 대로 했는데도 반죽 상태가 자신인 원하는 바와 다를 때가 있다. 이때 임의로 밀가루나 물 등을 더 넣어 반죽의 질감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특히 반죽이 생각보다 질거나 손가락에 잘 눌어붙는다는 이유로 밀가루를 더 넣을 때가 많다. 반죽이 생각보다 질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하게 된 반죽을 다루는 게 더 어렵다. 반죽의 상태는 작업하는 장소의 온도나 습도에 따라 변할 수 있으므로 레시피대로 했다면 재료를 임의로 추가하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그런 식의 변형은 숙달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4. 반죽을 너무 오래 치댄다.

3번과 관련이 있는데, 반죽을 원하는 질감이 될 때까지 치대다 보니 반죽을 너무 과하게 오랫동안 할 때가 많다. 입문자라면 반죽을 오랫동안ㅡ손가락에 눌어붙지 않을 때까지ㅡ치대는 것보다는 부족한 듯할 때 멈추는 것이 낫다. 너무 오래 치대면 글루텐이 너무 강해져 반죽이 죽어버린다. 반죽 온도가 올라가 효모가 죽어버리거나 비활성화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프랑스 빵은 대체로 글루텐을 완벽하게 잡지 않는다. 식빵 역시 꼭 글루텐을 완벽하게 잡을 필요는 없다. 반죽의 질감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자.

 

 

5. 오븐을 예열하지 않는다.

오븐의 예열을 간과하여 아예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잠깐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원하는 모양의 빵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븐 내부의 공기가 목표 온도에 도달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예열을 제대로 하는 것이 좋다. 

 

좋은 레시피라면 예열을 몇 도에서 몇 분간 해야 하는지 적혀 있을 것이다. 예열 온도가 따로 없다면 목표 온도보다 약 20도 정도 높은 온도로 예열을 하도록 하자.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오븐은 표시되는 온도보다 약 10~20도 정도 낮은 경우가 많다. 오븐에 사용 가능한 온도계로 구매하여 오븐 내부의 온도를 측정해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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