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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짜 세테270 커피 그라인더 기어박스 수리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20. 10. 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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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갑자기 커피 그라인더가 괴성을 내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나는데 원두는 갈리지 않았고 모터음도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그라인더는 바라짜의 세테270(Sette270)으로, 구매하여 사용한 지 3년 정도 된 시점이었다.


무슨 일일까 싶어 분해하여 기어박스 쪽을 살펴보니 플라스틱 톱니가 상당히 마모되어 있었다. 이것 때문에 모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듯했다. 


세테270의 마모된 톱니. 2020.08.19.


어쩌다 톱니가 이렇게 마모된 것일까? 단단한 원두를 사용해서 그런 걸까? 난 다크 로스트, 즉 강배전 원두보다 미디엄 로스트인 중배전 원두를 사용하는 편인데 이 원두는 강배전 원두보다 단단하여 모터에 무리를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세테270은 에스프레소용 원두에만 사용 가능한 그라인더가 아니다. 버 교체 시 에스프레소뿐만 아니라 핸드드립도 가능한 그라인더이므로 원두의 강도가 내구성에 심한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었다. 세테270을 핸드드립 전용으로 사용하는 '홈 바리스타'는 드물 테지만 제조사에서 핸드드립도 가능하다고 소개하며 따로 핸드드립용 BG 버까지 판매하는 만큼ㅡ심지어 드립퍼를 거는 기능까지 있다ㅡ라이트 로스팅 수준의 단단한 원두를 갈 때에도 내구도에 큰 변화는 없어야 했다. 물론 핸드드립과의 분쇄도 차이 때문에 기계에 그렇게 심한 압력이 걸리지는 않겠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마모 속도가 너무 빨랐다. 중배전 원두를 하루에 한두 번, 많아야 세 번 정도 갈아내는 데도 3년 만에 기어박스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가정용 그라인더로는 최상급에 속하는 모델이며 성능도 준수하지만 이렇게 빨리 기어가 마모된다면 재구매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국내 수입사인 코디아에 수리 비용을 문의하였다. 부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생각대로 해당 부품이 문제라면 12만 원 정도 들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택배비는 제외한 순수 수리 비용이었다. 바라짜 공식 홈페이지에서 해당 부품 가격을 검색해 보니 30달러였다. 국제 배송비를 고려해도 40달러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듯했다. 기어박스가 아니라 다른 곳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헛수고를 하는 셈이었지만 그땐 다른 그라인더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라짜에서 '직구'한 부품이 도착하여 직접 수리를 했다. 공간이 협소하여 나사 몇 개를 푸는 게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 쉬운 편이었다. 그래도 기계 부속을 다뤄본 적이 거의 없다면 직접 수리하는 건 피하는 게 좋겠다.


세테270의 볼트는 모두 육각으로 되어 있어서 직접 수리를 하려면 육각 렌치가 있어야 한다. 따로 구비하고 있는 육각 렌치가 없다면 세테270 구매 시 동봉되어 있던 렌치를 사용하면 된다. 마모된 부위의 기어에는 성분을 알 수 없는 윤활유가 발려 있으므로 피부에 닿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마모된 기어를 제거한 뒤 새 기어를 삽입할 땐 톱니들이 어긋나지 않았는지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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