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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사골국과 서양 비프스톡의 차이, 사골국과 골다공증의 문제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20. 2. 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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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의 전통 사골국과 서양의 비프스톡은 소의 다리뼈를 오랫동안 끓여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뼈를 끓여 우려내는 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끓이는 동안 떠오른 기름과 찌꺼기를 수시로 걷어내는 것도 같다. 면포나 에타민(étamine)에 국물을 걸러 이물질을 제거하는 법도 동일하다. 심지어 몇 번 우려낸 뼈를 다음에 재사용하는 것마저 같다. 


물론 차이점도 적지 않다. 서양에선 뼈를 끓이기 전에 팬에 굽거나 오븐에 익힌다. 스톡을 만들 때 빠지면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반면 한국의 사골국은 피를 제거한 뒤 바로 끓인다.


맛과 풍미를 위해 채소를 넣는 건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골국은 뼈만 끓여 만들기도 하고 채소를 넣더라도 종류가 다양하지 않은 편이다. 반면 서양의 스톡은 다양한 채소와 향신료를 잘게 잘라 익힌 뒤ㅡ이를 미르포아(mirepoix)라 부른다ㅡ망에 담아 끓여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채소를 기름이나 버터에 볶은 뒤에 끓인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사골국에는 채소를 볶는 과정이 없다. 


채소와 뼈를 익힌 팬에 토마토 페이스트를 부어 팬에 눌어붙어 있던 것들을 녹이는 디글레이징(deglazing) 과정을 거친다는 것도 스톡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사골국은 재료를 굽는 과정이 없기에 디글레이징도 하지 않는다.



2.

본래 사골국은 오래, 여러 번 끓여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으나 근래에는 건강을 생각하여 18시간 이상 끓이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사골을 18시간 이상 끓여내면 사골에서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인 성분이 다량으로 용출된다는 실험 결과가 나온 탓이다. 


사실 '뼈의 건강'만 놓고 보자면, 뼈를 오랫동안 우려내는 조리법이 우리 뼈의 건강에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애초에 사골국에 우러나오는 칼슘의 양이 상당히 적다. 뼈를 18시간 우려낸 1ℓ의 사골국에 총 21.15mg의 칼슘이 들어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일반 우유 1ℓ에 들어 있는 칼슘보다 약 50배나 적은 수치였다. 일반 우유 1ℓ에는 약 1,000mg의 칼슘이 들어 있으니 고칼슘 우유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뼈를 우려내면 우려낼수록 인 성분이 많이 나오고 여기에 소금까지 꽤 치는 편이니, 우리 뼈의 건강만 놓고 보면 사골국은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인 성분은 물론 소금에 들어 있는 나트륨은 인체에 필요한 중요한 무기질이지만, 칼슘과의 비율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인체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칼슘 섭취량이 많고 칼슘/인의 값이 클수록 골밀도가 높은 '경향'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칼슘 섭취량이 많지 않은 편이니, 다량의 인 섭취는 골다공증 예방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니 단순히 뼈 건강이 목적이라면 사골국 대신 멸치나 우유를 먹는 편이 더 이롭다고 할 수 있다.



3.

사골국엔 기름도 많이 떠 있는 편이라 기름을 제거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섭취하면 심혈관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단백질도 많지 않아서 단백질 보충이 목적이라면 고기를 먹는 게 낫다. 사골국에 포함된 무기물은 원래 물에 들어 있는 것이니 사골국만의 장점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콜라겐의 체내 흡수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따라다닌다. 그렇다면 사골국은 왜 먹는 것일까? 


아마도 전통이라는 미덕이 사골국에 담겨 있는 것 같다. 한국인의 정취, 오랜 시간 끓여서 만들었다는 정성의 표현, 따뜻한 국물에서 전해지는 소박한 위로의 정경. 산모를 위해 오랜 시간 우린 사골국을 어찌 감사와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골국이 저칼로리라는 장점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분명 사골국에는 여러 문제 요소가 있다. 하지만 사골국이 우리의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주요 식단은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섭취량과 영양소의 비율이다. 된장찌개도, 김치도, 심지어 물도 다량으로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 뼈에 좋다는 칼슘도 과다 섭취하면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니 사골국을 두고 유난히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적당한 것이 좋은 것이다. 다만 아직도 사골국이 뼈에 좋다는 오해가 있어 어린이나 노인 들이 오래 우린 사골국을 다량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그런 점에선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4.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우족으로 우족탕을 끓였다. 구매한 우족의 절반 정도인 약 740g을 사용했다. 끓인 시간은 6시간으로, 우러내는 데 큰 시간을 들이지는 않았다. 우족에 붙어 있는 고기와 대파를 썰어서 넣었고 고명으로 계란을 넣었다.




참고자료

1. Lee, K., Kim, K., Kim, H. et al. Association between dietary calcium and phosphorus intakes, dietary calcium/phosphorus ratio and bone mass in the Korean population. Nutr J 13, 114 (2014). https://doi.org/10.1186/1475-2891-13-114

2. Bian, S., Hu, J., Zhang, K. et al. Dairy product consumption and risk of hip fractur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Public Health 18, 165 (2018). https://doi.org/10.1186/s12889-018-5041-5

3. Draper, H.H., and Scythes, C.A. 1981. Calcium, phosphorus and osteoporosis, Fed. Proc. 40: 2434.

4. 농촌진흥청 축산물이용과 2013년 2월 7일 발표자료 〈사골국 열량은 낮고 콜라겐과 무기물 고루 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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