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적대의식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4. 12. 13. 06:54

본문

최근 관심있게 지켜보던 한 사람의 글이 있었다. 그는 20대의 젊은 여성으로 명문대 출신의 정치외교학과 학생이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의 불합리한 점에 대해 강하고 공격적인 어조(때론 비속어를 섞어가면서)로 성토하곤 했다. 내가 이 사람의 글을 관심있게 봤던 이유는 그녀가 주장한 정치사회적 소신 발언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주장 반대편에 있는 자들을 '증오스러운 적'으로 간주하는 강렬한 논조 때문이었다. 그녀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라 분쟁과 갈등의 점화자처럼 보였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녀의 그런 의견에 동조하는(페이스북에서 like를 찍어주는) 엄청난 무리가 뒤에 있었다는 점이었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적이란 존재는 조금도 필요치 않다는 주장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비록 적이라고까지 간주할 수는 없을지라도) 경쟁자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적들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 내는 자들이 있다. 적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는 자들을 찾아낸 뒤, 그 공통된 적개심으로 유대감을 조성하고 그것이 깨지지 않도록 적절히 부추길 줄 아는 자들. 볼 때마다 두려운 것은, 이런 감정을 교묘히 다룰줄 아는 정치선동가들과 그런 선동에 쉽게 호도되는 대중들의 모습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