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천박한 것을 증오해도 표정이 일그러진다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4. 12. 16. 01:00

본문

올바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말하는 사람 역시 올바른 태도를 지녀야 한다. 불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말하는 사람 역시 불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그러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올바름에 대해 말하며 표정을 일그러뜨렸고, 불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주먹을 들었다. 친절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친절하지 못했다. 분노하면서도 목소리가 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니 내 손가락은 목소리가 쉰 자들을 향하곤 했으며 표정이 일그러진 자들 역시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곤 했다. 우리는 언제나 관용을 베풀라고 요구할 뿐 정작 스스로 누군가에게 관용을 베푼 적이 없다. 관용을 베풀라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그리하여 브레히트는 우리 <후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 ... )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다.
천박한 것을 증오해도
표정이 일그러지고
불의를 보고 분노해도
목소리가 쉰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의 터전을 마련하려 했으나
정작 우리 스스로 친절하지 못했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세상을 맞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 다오.

- <후손들에게> 중 일부. 베르톨트 브레히트.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