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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적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4. 12. 1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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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볼 것은, 적을 만들어내는 수법, 예를 들어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시킨다거나 지역차이에 따른 감정을 부추겨 국민들이 서로 적대하게 만든다거나 어떤 문제를 남녀간의 성 대결로 몰아가는 등의 수법에 놀아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실은 적을 만드는 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을 때가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남녀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건 우리끼리 싸울 일이 아니다"라고 조언하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그들의 조언이 항구적인 평화가 아니라 외부의 다른 적을 가리키고 있을 때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건 우리끼리 싸울 문제가 아니야. 우리끼리 싸우도록 만드는 '저들이 문제'라고." 이런 방식의 태도는 역사적으로 매우 흔한 일이며, 그 방식이 조금씩 변형되어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표출시키는 데 자주 사용되어 왔다.

그들의 조언은 '한쪽의 시점에서는'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조언이 새로운 적을 일방적으로 상정하는 데 그친다면, 그들 역시 공포와 복수심과 증오 속으로 사람들이 휘말려 들어가도록 조장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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