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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싸움의 순환구조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4. 12. 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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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백린탄으로 폭격한 일이 있었다. 어떻게 민간인이 살고 있는 곳에 저런 몰상식한 행동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런 '당연해 보이는' 의견 또한 논란을 비켜가지 못했으니, 그 논란이란 "하마스도 이스라엘 민간인 지역에 미사일을 쏜 적이 많은데 그건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느냐"라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저런 식으로 논란이 이는 것은 무척 흔한 일이며 사실 거의 모든 말싸움이 저런 형태를 띤다고 봐도 무방하다. 누군가 어떤 잘못된 일에 대해 지적을 하면 그 잘못된 일에 대해 반성을 하는 대신, 그 잘못된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이야기하거나, 그 지적을 한 당사자도 마찬가지 잘못을 예전에 했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이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그 사람이 지적하는 태도를 문제삼을 수도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성인군자와 무관하다. 따라서 결점을 지닐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무언가를 지적하는 사람 역시 무언가 지적당할만한 것을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만일 지적당하는 사람이 그 사실에 포착한다면 말싸움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주 명백해 보이는 한쪽의 잘못도 그런 방법을 통해 논란거리를 만들 수 있고 결국 흐지부지, 혹은 양비론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다. 민간인을 폭격한, '당시 시점'에서 한쪽이 명백히 잘못한 문제조차 얼마든지 논란거리나 변명거리를 만들 수 있는데 하물며 사소한 개인사는 어떻겠는가. 정치 이슈, 사회 문제, 그 모든 것들이 같은 구조 속에서 말싸움을 벌이고 있다.

A가 a를 지적을 하면, B는 a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대신에 b를 지적하고, 그럼 A는 b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대신에 a에 대해 대답하라고 요구하거나 c를 이야기하고, 그럼 B는 a에 대한 용서나 c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대신 b를 다시 얘기하거나 d를 이야기하고...... 이것이 우리가 말싸움을 하는 구조이며, 평생을 함께 하게 될 자기기만의 함정이다.

우리가 지혜를 무던히 갈고 닦지 않는 한 이 덫을 완전히 빠져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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