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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익스트랙과 에센스의 차이, 수제 바닐라 익스트랙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9. 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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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닐라 익스트랙과 바닐라 에센스의 차이가 뭘까? 많은 베이킹 입문자들이 이를 궁금해한다. 바닐라 익스트랙 대신 에센스를 넣어도 되는 걸까? 된다면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바닐라 에센스는 사전적 정의가 내려져 있는 용어가 아니라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제조 회사별로 의미나 성분이 다를 수 있다. 예로 바닐라 에센스 제조 회사 중 하나인 호주의 퀸(Queen)사는 바닐라 에센스를 바닐라 익스트랙과 똑같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퀸사의 천연 바닐라 에센스는 곧 바닐라 익스트랙입니다(So, Queen Natural Vanilla Essence is Vanilla Extract)."[각주:1] 퀸사는 자사의 바닐라 에센스를 그렇게 선전하면서 "역사적으로 에센스는 고농축의 순수 추출물을 의미했으므로"[각주:2] 그런 동일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퀸사의 설명처럼 바닐라 에센스와 익스트랙을 거의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굳이 퀸사에서 자사의 바닐라 에센스와 바닐라 익스트랙이 같은 것이라고 밝힌 이유가 무엇일까? 그건 바닐라 에센스와 바닐라 익스트랙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역시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바닐라 에센스는 인공 합성물이지만 바닐라 익스트랙은 천연 추출물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자사의 바닐라 에센스는 곧 바닐라 익스트랙'이라 홍보할 필요가 있었을 테다. 실제로 천연 바닐린이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거나 아예 없는, 즉 인공 색소와 향을 첨가하여 만든 액체를 바닐라 에센스 혹은 바닐라 오일이라는 이름 붙여 판매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다시 말해 바닐라 에센스는, 퀸사의 경우처럼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바닐라 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제품인 것이 대다수다.


반면 바닐라 익스트랙은 '대체로' 바닐라빈을 이용하여 만든다. 바닐라빈에는 바닐린이라는 물질이 3~5% 정도 들어 있는데 이것에서 바닐라 특유의 향을 추출할 수 있다. 미국 FDA는 액체 1리터에 100그램(1갤런당 13.35온스)의 바닐라빈 추출물이 들어 있어야 바닐라 익스트랙으로 인정하고 있다.[각주:3] 즉 40도의 알코올 10리터에 조그마한 바닐라빈 하나를 넣어 추출했다면 그건 바닐라 익스트랙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에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합성 향료로 만든 제품들도 얼마든지 바닐라 익스트랙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서 유통될 수 있고 또 실제로도 그러하다. 게다가 FDA는 바닐라 익스트랙에 설탕이나 포도당, 콘시럽 등의 첨가를 어느 정도 허용하고 있으므로 바닐라 익스트랙이나 에센스를 구매하고자 할 땐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요약하자면 바닐라 익스트랙과 바닐라 에센스라는 명칭에는 사전적 정의도, 강제력도 없어서 단순히 이름으로 천연 제품과 인공 합성 제품을 구분하기란 불가능하다. 즉 바닐라 익스트랙은 천연 바날라 빈 추출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편의상 바닐라 익스트랙을 천연 성분, 바닐라 에센스를 인공 성분으로 간주하는 편이다. 따라서 구매 시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2.

천연 바닐라 익스트랙과 합성 에센스의 차이가 대체로 그러하다면 제빵이나 제과 작업을 할 때 어떤 제품을 쓰는 게 더 좋을까? 얼핏 생각하면 천연에다 상당한 고가를 자랑하는 익스트랙ㅡ표기 편의를 위해 익스트랙은 천연 제품으로, 에센스는 인공 제품으로 가정하였다ㅡ을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천연 바닐라 익스트랙은 알코올 기반의 추출물이므로 오븐에서 가열하면 알코올의 증발과 함께 바닐라 향 또한 날아가는 것 아닐까? 제과, 제빵은 오븐 가열 온도가 150도를 넘을 때가 많은데 이는 알코올의 끓는 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 문제에 대한 해외 레퍼런스는 상당하여 이미 결론이 났다고 볼 수 있다. 가열 온도가 낮을 때는 천연 바닐라 익스트랙을 사용하고 가열 온도가 높을 때는 합성 바닐라 추출액(예를 들어 바닐라 에센스)을 쓰라는 것이다. 이는 여러 번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입증된 바 있으며 과학자들 역시 열과 향미의 연관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통된 의견을 내고 있으므로 믿을 만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따르면 바닐린에 들어 있는 수백 가지의 천연 향은 휘발성이 높아 고온으로 가열할 시 향이 날아가 버린다. 반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바닐라 향은 높은 열에서도 살아남는다. 따라서 푸딩이나 커스터드 크림처럼 낮은 온도로 가열하는 요리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열을 가하지 않는 요리에는 천연 바닐라 익스트랙을 쓰고, 쿠키처럼 높은 온도로 가열하는 요리에는 인공 합성 제품, 즉 바닐라 에센스를 쓰는 것이 좋다. 물론 이때 사용할 제품은 이름이 아니라 성분표를 보고 선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천연 제품, 즉 바닐라 익스트랙이 인공적으로 합성한 제품, 즉 바닐라 에센스보다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결론은 '천연 대 인공' 논쟁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건강 이슈를 고려하지 않은 것임을 기억해야겠다.



3.

천연 바닐라 익스트랙을 구매하고자 알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어 하릴없이 직접 만들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여 40도 정도의 화이트 럼, 보드카 등에 바닐라빈을 3개월 정도 담가 놓으면 된다. 뚜껑을 여니 향긋한 바닐라 향이 흘러나왔다. 알코올이 증발하여 도수가 낮아지면 변질할 수 있으니 유의하도록 하자.


바닐라빈을 럼에 담가 3개월간 숙성시킨 바닐라 익스트랙. 2019. 9.20.


  1.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Vanilla Extract and Vanilla Essence?" https://queen.com.au/vanilla-extract-vanilla-essence-whats-difference/ [본문으로]
  2. 같은 곳 [본문으로]
  3. Sec. 169.175 Vanilla extract, CFR - Code of Federal Regulations Title 21, FDA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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