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를 보러 화훼단지를 다시 찾았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울산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는 금호화훼마트와 그 옆에 있는 시티화훼조경. 금목서가 생각 외로 인기가 없어서, 다시 말해 실내에서 키우기 쉽지 않은 식물이라 이곳에도 없는 것 아닐까 걱정했는데ㅡ금목서를 찾으면 그게 무슨 식물이냐고 되묻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ㅡ시티화훼조경에는 금목서뿐만 아니라 은목서도 있었다. 가까이에서 보니 잎마름 현상도 없고 꽃눈도 많아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화분에 심어 놓은 묘목이 아니라 땅에 심어 놓은 자연 상태의 나무여서 크기도 가격도 감당이 되질 않았다.
그때 문득 땅에 심어 놓은 나무는 어떻게 판매하는지 궁금해졌다. 굴착기로 파낼까? 아니면 수목 전용 굴취기를 쓰고 있을까? 아마도 작은 나무는 삽을 써서 원형 모양으로 분을 떠낼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너비와 깊이로 파내야 뿌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국내 이론서들은 보통 근원직경의 4배 거리에서 뿌리분을 만들라고 하는데 더 넓게 파면 좋지 않을까? 미국 등의 서구 선진국에선 근원직경의 12배 크기로 뿌리분을 만들라는 국가표준까지 정해 놓았는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너무 작게 분을 뜨고 있는 것 아닌지? 또 근분을 너무 작게 만든 데다가 이동 중에 스트레스까지 받아 식재 후 며칠 만에 식물이 고사할 경우 분쟁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도 궁금했다. 궁금한 게 많았지만 가격 외에는 물어보지 않았다. 그래서 들은 가격이 목대가인지 상차도가인지도 알 수 없었다. 조경기사자격증이 있는 아내는 나무를 땅에 심을 때 뿌리를 끈으로 싸맨 상태, 즉 근분 상태로 심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은 즉 심을 때 작은 분 형태로 심어서 뿌리가 많이 없을 뿐더러, 근분을 만들 때도 쉽게 분해되는 노끈이 아니라 수십 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값싼 고무바 같은 것으로 묶고 심을 때는 고무바를 풀지 않은 채 구덩이에 파묻어버리는 현장 편의성이 만연하여 굴취가 쉬울 거라는 의미인 듯했다.
천천히 다른 식물들을 구경했다. 노지에서 자라는 관목과 교목들은 크기도 크고 열매도 맺혀 있어 볼만했다. 하우스 안의 식물들은 어제 방문했던 울산 농산물유통센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구매에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잠깐 보는 것과 키우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키워야 하는 곳이 발코니조차 없어 에어컨의 영향을 그대로 받아야만 하는 아파트 실내라면 더욱 더.
노지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큰꿩의비름. 데려오고 싶었지만 아내가 만류했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아래의 식물은 오키나와를 방문한 이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대만고무나무(Ficus microcarpa)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줄기를 U자로 구부린 것을 가지마루, 줄기 아랫부분을 커다랗게 부풀린 것을 인삼벤자민, 팬더고무나무와 접목시킨 것을 인삼팬더 등으로 구분해서 유통하고 있다. 화원에서 사진에 보이는 나무를 가지마루라 부르고 있어 그 이유를 물으니, 나무가 한자의 '갈지'자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어 갈지마루라 하였고 그러다 가지마루가 되었다고 한다. 잘못된 내용이었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참신한 오류에 기꺼웠다. 오키나와에서 가쥬마루(가지마루가 아니다)라 부르고 있는 이 나무의 국내 정식 명칭은 대만고무나무이다.
대만고무나무. 유통명 가지마루.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아가베 시럽을 만들 때 쓰는 그 아가베로 보인다. 잎끝에 가시가 있다. 우리나라 화원에서 많이 유통되고 있는 아가베는 아테누아타 종으로 가시가 없다. 쉽게 볼 수 없는 식물이라 많이 끌렸지만 일단 참았다. 사진으로는 작아보이지만 크기가 상당히 컸다.
아가베로 추정되는 식물.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왼쪽에 보이는 것은 유카라는 식물이다. 아가베와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지만 같은 과, 같은 속의 다른 종이다.
유카.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다육 식물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금호화훼마트의 전경.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이처럼 땅에 심어 놓은 식물들도 판매 중이었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금목서. 꽃이 없으면 심심해 보인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커다란 교목, 모과나무. 열매도 열려 있었다. 이런 걸 심으려면 아주 커다란 마당이 있어야겠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또 다른 금목서. 잎이 건강해 보인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일부 가지가 죽어 있던 금목서.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파인애플 열매. 울산시 화봉동, 2019. 9.19.
집으로 데리고 온 흰꽃나도샤프란. 2019.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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