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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기초, 부엌칼 연마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9. 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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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 연어 스테이크를 하려고 두툼한 연어 두 덩이를 사 왔었다. 연어가 꽤 두툼한 편이라 익히기 전에 칼집을 내려고 했는데 칼날이 얼마나 무뎌졌는지 비늘에 칼집을 낼 수가 없었다. 도무지 베어지지 않아 칼끝으로 찔러 흠집을 낸 뒤에야 비늘에 칼집을 낼 수 있었다. 이 정도가 되고 나니 그간 미루고 미뤄뒀던 칼날 연마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부엌칼 대개 무른 편이라 날이 쉽게 무뎌진다. 쉽게 무뎌진다는 것은 연마가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친 숫돌에 몇 번 날을 갈면 금세 날이 선다. 이 정도로 이가 나간 부엌칼은 아무리 연마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그 전보다는 상태가 훨씬 좋아지기 때문에 대강이라도 날을 가는 게 훨씬 이롭다. 



2.

인류는 철기 시대가 시작된 이후 날을 연마할 때 거의 항상 돌을 사용해 왔다. 현대에도 칼을 연마할 때 돌을 사용한다. 상업적으로 대량의 날을 빠르게 갈아야 할 때는 카보런덤 벨트가 달린 연삭기를 쓰고 조금 더 섬세한 작업을 해야 할 때는 습식 숫돌을 이용하는 편이다. 입자가 곱고 일정한 천연 숫돌은 가격이 상당하기 때문에 보통 인공 숫돌을 사용하는데, 이마저도 평범한 가정집에서 쓰기엔 기회비용이 높은 편이다. 부엌칼이 워낙 저렴하기에 숫돌 몇 개를 구비하여 그때그때 날을 가는 것보다 그 돈으로 부엌칼 몇 자루를 사는 게 가격 면이나 편의성에서 더 나은 것이다. 그래도 가정용 부엌칼을 손질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기에 날이 무뎌질 때마다 칼을 바꾸는 것보단 약간의 시간을 들여 칼을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을 것이다. 


숫돌로 칼을 연마하려면 약간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연마할 때 칼날을 일정한 각도로 유지해야 날을 제대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기술을 익힐 필요는 없다. 보통의 가정집은 칼을 양파나 감자를 써는 정도에만 사용하기에 거친 숫돌에 대고 대강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러 여건상 숫돌 사용이 어렵다면 샤프닝 스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쇼맨십을 중시하는 요리사들이 기다란 철제봉에 칼을 요란하게 문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기다란 봉을 샤프닝 스틸 혹은 호닝 스틸이라 부른다. 전문 요리사들도 아끼는 칼이 아니면 샤프닝 스틸이나 호닝 스틸에 날을 갈곤 한다. 


바쁜 가정주부가 사용하기엔 가정용 샤프너라고도 부르는 롤 샤프너가 가장 매력적일 것이다. 롤 샤프너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종류의 칼갈이다. 몇 번 긋기만 해도 날의 상태가 이전보다 좋아진다. 롤 샤프너는 저렴하고 편리한 만큼 성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롤 샤프너의 품질과 연마자의 실력에 따라 숫돌이나 샤프닝 스틸에 연마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다.


나는 습식 숫돌에 칼을 갈았다. 실력이 서툴러 날을 날카롭게 세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양파를 써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 비트를 썰어 본 아내의 평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연마 전의 무딘 칼날. 2019. 9.17.


연마 뒤의 칼날. 2019.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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